이 기사는 2026년10월07일 17시25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국민연금공단 자체감사 결과 A 전 기금운용본부 부동산투자실장(수석급 운용역)의 ‘갑질 등 중대한 규정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그동안 거액의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권한을 앞세워 외부 운용사 인사에 개입하고 내부 직원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이어져온 가운데 일부 비위 사실이 공단 감사에서도 확인된 양상이다. 감사 결과를 토대로 국정감사 이후 A 전 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김성주 이사장 결재를 거쳐 지난 7월부터 A 전 실장을 현업에서 분리조치해둔 상태였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A 전 실장의 비위 여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갑질 등 중대한 규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조사 과정에서는 A 전 실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폭언과 모욕성 발언, 성적인 비하 발언 등을 반복했다는 증언이 다수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직원에게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서 ‘중대 규정위반’ 확인…징계 수위 어디까지
자체감사에서 중대한 규정 위반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A 전 실장에 대한 중징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최종 징계 수위는 감사실의 징계 요구와 징계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부터 A 전 실장을 대기발령 조치해둔 상태다.
과거 국민연금에서는 '중대한 내부 규정 위반' 사례가 해임 처분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특정감사에서 당시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이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 선관주의의무 등을 현저히 위반했다고 판단해 해임 처분했다.
A 전 실장이 이끌던 부동산투자실은 그동안 외부 위탁운용사 임직원의 교체·해고 종용과 특정 인사 채용 요구 등 각종 갑질·인사개입 의혹에 휩싸여왔다.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잇따라 잡음이 불거졌다.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의 위탁운용사(GP)를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는 전직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의 코람코 재취업과 맞물려 이해상충 논란이 일었다. 업계의 의문 속에 강행되던 GP 교체안은 결국 대체투자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려 무산됐다.
2024년 서울 중구 더익스체인지서울 개발사업에는 총 에쿼티의 92.6%에 해당하는 2520억원을 투입한 점도 논란이 일었다. 내부에서 개발 리스크와 수익성을 둘러싼 반대 의견이 거셌음에도 투자가 최종 승인됐고, 이후 부동산투자실 고위 관계자들과 과거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인사가 사업 관리사에 채용되면서 인사개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디폴트가 발생한 홍콩 코즈웨이베이 ‘타워535’에는 기존 투자금 외에 9000억원대 자금을 추가 투입하는 보기드문 결정을 내렸다. 홍콩 오피스시장 침체와 손실 확대 우려에도 추가 투자가 이뤄져 국민연금이 발이 묶인 총 투자 규모가 1조2000억원대로 불어났고, 임대율을 상당 부분 회복한 뒤에도 낮은 임대료 문제로 저수익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 판단의 적정성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연금 내부에서는 문제의 홍콩 운용사에 또 거액의 추가자금을 투입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연금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A 전 실장이 이끌던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은 부실자산 논란이 일었던 문제의 홍콩 운용사에 무리한 투자를 했다. 그 의혹들도 투명하게 다 밝여햐 한다"며 "지금도 부동산투자실에 A 전 실장이 채용한 일부 직원을 중심으로 그 홍콩계 운용사가 보유한 또 다른 부실자산에 추가출자를 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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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일탈로 끝낼 문제 아냐”…기금운용 내부통제 도마
투자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A 전 실장 개인의 비위로만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간 내부와 외부에서 각종 문제 제기가 이어졌는데도 이를 조기에 걸러내지 못했다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조직문화와 감사·준법 등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에 달하는 출자 권한이 사실상 특정 개인의 영향력 아래 놓였다는 논란이 반복돼왔다. 이에 특정 운용역이나 간부가 국민 노후자금의 투자 방향과 위탁운용사 관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에서 갑질과 중대한 규정 위반이 확인된 만큼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개인에 대한 징계에 그치지 말고 투자·인사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와 내부통제 체계를 근본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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