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첫날 하청 407곳 교섭요구…원청 5곳 절차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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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정 기자I 2026.03.11 18:20:38

10일 오후 기준 하청노조 407개 교섭 요구
한화오션·포스코 응답…나머지 216곳 '고심'
"아직 교섭 거부라 보긴 일러…상황 더 봐야"
교섭단위 분리 31건…판단위 '법적 효력' 없어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과 동시에 407개의 하청노조가 일제히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하청노조와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원청은 현재 총 221곳으로 이 중 한화오션(042660)과 포스코, 쿠팡CLS 등 5곳이 교섭 절차를 개시했다.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중 사실상 2.3%만 답변을 보낸 셈이며 나머지 원청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한화오션·포스코 절차 개시…원청 216곳 ‘묵묵부답’

노조별 원청 교섭 요구 현황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오후 8시 기준 407개 하청 노조·지부·지회(8만 1600명)는 총 221개 원청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하청노조도 원청과 직접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취지에 따라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을 기준으로 현황을 파악해 집계했다.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 중 민주노총 소속은 약 88%(357개)로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산별노조별로 보면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012330), 현대글로비스(086280), 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오션(042660), 한국지엠 등 원청 16개소에 교섭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건설산업연맹(현대건설(000720), 현대엔지니어링 등 원청 90개소) △공공운수노조(은행원 콜센터, 대학) △민주일반연맹(지자체) △서비스연맹(백화점·면세점, 택배, 우정사업본부) 등이 행동에 나섰다.

한국노총의 경우 하청노조 42개가 포스코, 쿠팡CLS,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총 9개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다. 양대노총 모두에도 속하지 않은 미가맹 하청노조 3곳도 서울시, 경기도, 한국공항공사 등에 교섭을 요구했다.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당일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CLS, 부산교통공사, 화성시 등 총 5개다. 법적 절차에 따라 교섭 절차를 본격적으로 개시한 셈인데, 교섭 요청을 받은 원청 중 2.3%에 불과하다.

나머지 원청 사업장 216곳은 빠른 시일 내 하청노조와 교섭에 응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계속 응답이 없다면 하청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접수할 수 있고, 노동위는 최대 20일 내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용자가 정부 자문기구인 교섭지원 판단지원위원회에 유권해석을 문의했을 수도 있어서 지금 당장 교섭을 거부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조금 더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 시행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원청교섭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교섭창구 분리 신청 31건…임금도 교섭의제 가능성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와 별개로 노동위에 접수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총 31건으로 나타났다. 노동위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들어오면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보면 분리 여부를 결정한다.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이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다. 신청부터 판단까지는 최대 30일 걸린다. 교섭단위 분리 이후에는 해당 교섭단위에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한 뒤 원청과 교섭한다.

노동부는 임금에 대해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교섭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용자성은 노사관계에서 사업주(고용주)를 의미하는 용어로, 이전에는 근로계약을 직접 맺은 관계에서만 인정됐으나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구조적 통제’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임금은 근로자에게 제공한 노동의 대가여서 특별한 근거가 없는 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임금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등 실질적·구체적인 지배·결정을 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권해석에 대한 요청이 들어오면 ‘판단위원회’를 통해 전문가 자문을 지원한다. 해당 위원회는 자문기구인 만큼 법적 근거가 없다. 만약 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봤어도, 노동위는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10일 기준 판단위원회에 접수된 요청은 총 10건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등 현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주기적으로 공개해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교섭 요구 사실 공고, 교섭단위 분리 등 법적 절차에 따른 상생 교섭의 첫발을 내딛고 있는 만큼, 정부도 개정 노조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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