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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는 인공지능(AI) 붐과 탄탄한 소비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집주인과 미국 가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입자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정반대였다. 2010년 주택담보대출 20건 중 1건이 압류 절차에 들어갔고, 10건 중 1건은 연체 상태였다. 집값이 4분의 1 가까이 떨어지면서 집주인 4명 중 1명 가까이가 집값보다 대출이 더 많은 ‘깡통주택’ 신세가 됐다.
인구 구성의 차이도 있다.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젊고, 소득과 학력이 낮다. 지난해 세입자 가구의 중위소득은 5만7000달러(약 7672만원)로 집주인(10만3000달러·약 1억3864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이런 특성은 격차의 5분의 3만 설명할 뿐이다.
나머지는 임대료 탓이 크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임대료는 42% 올랐지만 세입자 가구 소득은 34% 느는 데 그쳤다. 집주인도 주거비가 소득보다 비슷한 정도로 더 많이 늘었지만, 대출 심사를 거쳐 고정금리로 집을 산 신규 매수자 영향이 컸다. 세입자는 감당할 수 있든 없든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마다 오른 임대료를 내야 한다.
기댈 저축도 부족하다. 세입자가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예금은 2000달러(약 269만원)로 집주인(1만2000달러·약 1615만원)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JP모건체이스연구소의 테드 게이어는 “많은 집주인이 증권계좌에서 돈을 빼 지출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된 것도 부담을 키웠다. 최근 세입자 연체 증가분의 절반가량이 학자금 상환 재개 때문이었다. 집주인 연체 증가분에서 이 비중은 4분의 1 수준이었다.
세입자들은 다른 청구서를 미루거나 고금리 단기 대출에 손을 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금융산업규제국(FINRA) 재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득과 나이 등을 감안하면 세입자가 신용카드 연체료를 낼 가능성은 집주인보다 낮았지만 이제는 더 높아졌다.
지난해 페이데이론(초단기 고금리 대출)이나 급여 선지급을 이용한 세입자는 10명 중 1명이 넘어 2019년의 2배 가까이로 늘었다. 휘트니 에어굿-오브리키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 연구원은 “임대료가 오르면 주택 계약금이든 비상금이든 저축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카페 체인 운영매니저 제이컵 라미레스(31)도 같은 경우다. 그는 대학 시절 신용카드로 교재를 샀고, 졸업 후엔 이따금 월세와 공과금도 카드로 냈다. 2022년엔 아내, 반려견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동쪽 포모나의 침실 하나짜리 집에서 살았다.
치솟는 임대료와 생활비가 “아나콘다가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는 그는 2023년 카드 5장에 2만8000달러(약 3769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결국 비영리 채무상담 서비스의 도움을 받은 그는 2028년까지 빚을 갚고 난 뒤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나마 라미레스는 빚을 갚을 길이라도 찾은 경우다. 이코노미스트는 얼마 되지 않는 비상금으로 끊임없이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다른 세입자들에겐 “훨씬 더 먼 길이 남아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