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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오는 배우 황정민의 명대사다. 쿠데타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이다. 실제 1995년 문민정부 당시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신군부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줬다가 거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기도 했다. 반대 사례도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12.3 비상계엄’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친위 군사쿠데타라 권력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 따져보면 조선시대 연산군과 광해군을 무너뜨렸던 중종반정과 인조반정 역시 실패했다면 역모였다.
대한민국은 한동안 쿠데타의 나라였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역사적 팩트다.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이승만·민주당 정부를 거친 뒤 무려 30여년간 군인이 집권했다. 이는 6.25 전쟁 이후 군부가 한국 사회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1년 5.16 군사쿠테타로 만 43세에 권좌에 올라 18년을 집권했다. 박정희 사후 권력의 공백을 장악한 건 또 군인이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2.12 군사쿠데타로 실권을 잡은 뒤 차례로 대통령에 올랐다. 8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장래 희망이면 서울대가 아닌 육사를 가야 한다는 농담이 당연한 시절이었다.
군인 대통령이 몰락하면서 대한민국은 문민정부의 시대를 열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하나회 숙청과 5.18특별법 제정 등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으로 쿠데타 세력에 대한 단죄도 이뤄졌다. 이후 대한민국은 걸핏하면 쿠데타가 발발하는 제3세계와는 전혀 다른 나라가 됐다. 물론 과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 및 남북화해 정책에 반발한 일부 극우 인사들이 군부 궐기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이는 실현 불가능한 해프닝에 가까웠다.
박물관의 낡은 유물에 불과한 ‘쿠데타’라는 단어가 뉴스의 중심에 떠오른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 중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해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라면서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앞으로 또 (쿠데타를) 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소지를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좀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대로 5.16 군사쿠데타는 육사 8기, 12.12 군사쿠데타는 육사 11기가 주도했다. 발언 취지는 육사의 비대화를 우려하면서 통합 사관학교 추진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향후 육사 주도의 쿠데타 발발 가능성까지 언급한 대목이다. 통합 사관학교인지 현행 육사 체제인지에 따라 쿠데타 가능성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현 육사 출신 장교와 육사 생도가 ‘예비 쿠데타 세력’이라는 연좌제의 낙인에 시달릴 수 있다.
후폭풍은 엄청났다. 야권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냈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쿠데타를 일으킨 육사 출신들도 있었지만 목숨을 걸고 쿠데타를 저지했던 육사 출신들도 있었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뒤 “‘육사 때문에 쿠데타가 일어났으니 육사를 없애야 한다’는 단순무식한 생각으로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폐합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시 “지금까지는 육사 출신이 쿠데타를 하려고 해도 따로 떨어져 있던 해사와 공사가 견제할 수 있었는데,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육군, 해군, 공군 모두 한 캠퍼스의 선후배가 되어 더욱 강력한 쿠데타를 수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역대급 망언”이라고 비판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정말 한심하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육사 쿠데타’라는 정치적 논란과는 별개로 대한민국은 이제 쿠데타가 불가능한 나라라는 점이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4년 월간중앙 9월호는 ‘군은 청와대를 어떻게 보나’라는 기획기사를 낸 적이 있다. 당시 현역 육군 사단장인 K소장은 ‘쿠데타 5대 불가론’을 제시했다.주요 근거로는 △휴대전화로 보안유지 불가 △수도권 교통체증 △국민설득 불가 △군부의 상대적 낙후성을 들었다. 결정적으로 “너무도 명백한 앞의 4가지 사실을, 누구보다 군이 먼저 잘 알고 있다”고 단언했다.
단언컨대 육사 주도 쿠데타는 대한민국에서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의 존재다. 우리 국민들이 모두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현역 사단장 K소장이 20년 전 언급한 휴대전화 성능의 수백, 수천 배에 이를 정도다. 언제 어디서든 통화와 SNS가 가능하다. 사진과 영상도 무제한적으로 퍼나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의식과 성숙도는 쿠데타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또 억지로 쿠데타에 동원된 병력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지 않는다는 사실도 경험했다. 아울러 최고기온 40도에 이르는 극한폭염에 온국민이 고생하는 지금 ‘육사 쿠데타’ 논란은 너무 어색하다. 국민들은 미친 부동산과 코스피에 아우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