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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없으면 AI도 먹통…K전선·전력기기 '동빛 슈퍼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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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웅 기자I 2026.09.10 18: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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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혈맥' 구리의 시대]
AI·전력망 확산에 구리 수요 급증
전력기기 3사 영업익 51.5% 늘어
배터리는 NCM서 LFP로 무게 이동

LS전선 직원이 초고압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LS전선)
LS전선 직원이 초고압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이데일리 박민웅 김소연 기자] 전략 광물 자원인 구리와 니켈의 엇갈린 몸값은 산업 지형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구리가 필수 원재료로 쓰이는 전선·전력기기 업계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투자가 급증하면서 역대급 수주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에서 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새로운 수요처를 넓히면서 니켈을 사용하는 삼원계(NCM)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AI와 전력망을 중심으로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가 국내 기업들의 사업 흐름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10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지난해 485테라와트시(TWh)에서 오는 2030년 950TWh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발전부터 송·변전, 배전까지 전력망 전반의 확충이 불가피하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전략 광물이 구리다. 구리값이 역대 최고치로 급등하고 있고, 고가 광물 중 하나인 니켈 가격 추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변압기와 케이블, 배전 설비 등의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국내 전선·전력기기 업계는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LS는 LS전선 계열사를 중심으로 AI·전력망 투자 확대의 수혜가 본격화하고 있다. 가온전선, LS에코에너지, LS마린솔루션 3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은 약 2조4170억원, 영업이익은 약 1197억원에 달했다. 가온전선은 미국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확대에 따른 배전 케이블·버스덕트 수요 증가로 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LS에코에너지는 유럽 초고압 케이블과 AI 데이터센터용 버스덕트 판매가 늘었다. LS마린솔루션 역시 해상풍력단지 해저케이블 사업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케이블 생산부터 해외 공급, 해저 시공까지 LS전선의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 전반으로 호황이 확산하고 있다.

대한전선 역시 2분기 영업이익 60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수주잔고는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북미와 싱가포르 등에서 초고압 전력망 사업을 확대하고 해저케이블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면서 수주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LS일렉트릭의 데이터센터향 배전 솔루션 (사진=LS일렉트릭)
LS일렉트릭의 데이터센터향 배전 솔루션 (사진=LS일렉트릭)
전력기기 업계도 AI발 전력 수요 증가에 힘입어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2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1.5% 늘어난 수치다. AI 데이터센터와 미국 전력망 투자 확대에 따른 변압기·배전기기 등 고부가 전력기기 수요 증가가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산업계 한 인사는 “AI 인프라 초호황이 이어진다면 구리 가격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할 것”이라며 “니켈 가격과 거의 비슷해지거나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K전선·전력기기가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배터리 업계는 AI 확산에 발맞춰 사업의 중심 축을 바꾸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용 ESS가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면서다. 이 과정에서 니켈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있다. NCM은 니켈·코발트·망간을 사용하는 반면 LFP는 니켈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ESS는 주행거리보다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LFP 채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LFP 비중은 55%를 넘어섰으며, ESS 등 정치형 배터리 저장장치에서는 신규 설치 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 ESS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 ESS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도 북미를 중심으로 LFP 생산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 ESS용 LFP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고, 삼성SDI는 미국에서 각형 LFP 배터리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SK온 역시 미국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기차용 NCM에 집중했던 국내 배터리 3사가 AI 데이터센터와 ESS라는 새로운 수요처를 겨냥해 LFP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셈이다.

배터리 소재업계도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기존 포항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라인 일부를 LFP 양극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연산 최대 5만t 규모의 LFP 전용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최근 삼성SDI와 1조6000억원 규모의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존 하이니켈 중심에서 LFP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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