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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 쟁점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종묘 인근 높이 기준 완화, 설계비 증액, 복잡한 권리구조 등 세 가지 쟁점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서울시와 SH공사에 관련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이번 분석은 서울시의회 임종국(더불어민주당)·임규호(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제공받은 서울시·SH공사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경실련에 따르면 세운4구역의 건축계획상 높이는 2021년 사업시행변경인가 당시 종로변 54.3m, 청계천변 71.8m였으나 최근 변경안에서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4.9m로 각각 상향됐다. 증가율로 보면 종로변 약 81.8%, 청계천변 약 101.8%에 달한다. 세운4구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와 맞닿아 있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문화재 심의가 13차례 진행됐던 곳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0월 28일 기존에 협의된 높이를 유지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냈지만 서울시와 SH공사는 상향안을 유지하고 있다.
설계비 증액의 절차적 타당성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3년 9월 종묘 인근 건축물의 높이 규제 근거가 되는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19조 제5항을 삭제하는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실상 높이 규제의 법적 근거를 없앤 것이다. 당시 문화재청장은 해당 조례안이 문화재보호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재의 요구를 요청했고, 문체부는 같은 해 10월 17일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2년 넘게 이어졌다.
그런데 SH공사는 판결이 나오기 전인 2024년 2월 변경계약서에 ‘전면 재설계 진행에 따른 과업 추가’를 명시하고 설계비를 353억원에서 520억원으로 167억 원 증액했다는 게 경실련 측 주장이다.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임규호 의원실이 제공한 연도별 사업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2025년까지 세운4구역에 투입된 토지보상비·공사비·금융비용 등 총 사업비는 약 7500억원이다. 이 중 토지보상비가 약 4800억원(65%)을 차지하며 이 중 약 4000억원이 2020년에 집중 집행됐다. 전체 금융비용 640억원 가운데 580억원은 2022년 이후 발생했다. SH공사는 2019년 이 사업과 관련해 8500억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은 공공이 저리의 공사채로 사업비를 조달하고 행정적 조치로 사업성을 높인 뒤 개발이익이 민간에 편중될 수 있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복잡한 권리구조도 공공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세운4구역의 권리주체는 172명, 공유자는 131명, 권리제한 물건은 82건에 달한다. 경실련은 공공이 복잡한 권리 정리 부담을 떠안는 반면 민간은 높이 완화에 따른 개발이익을 기대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공공기관이 공사채로 사업비를 조달하고 높이 완화와 전면 재설계로 사업성을 높였다면 그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며 “공공은 자금 조달과 비용 부담을 지고 민간은 개발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라면 공공 개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날 서울시·SH공사·종로구청·국가유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한편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추가 검증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지욱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은 “정보가 공개돼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하는 기관이 모든 것을 감추고 있다”며 “의사결정 책임자에게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