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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해야할 것은 속도에 매몰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서두르는 것이 각계의 의견 수렴을 가로막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당장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서리풀지구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성훈 신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취임 첫 행보로 서초구 서리풀지구를 찾아 “착공을 1년 이상 앞당기라”고 주문했으나, 1지구는 보상과 재정착 문제로, 2지구는 성당과 마을 존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자체와도 엇박자다. 서울 대규모 공급 대책의 핵심 축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개발은 이견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다 서울시의 반발에 막혀 멈춰 섰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상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만큼,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정부와 시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공급 ‘수치’에만 집착하다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속도를 내면 필연적으로 대규모 ‘멸실’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단기 이주 수요가 폭증하면 주변 전월세 가격이 올라 서민 주거를 위협할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무분별한 정비사업 활성화로 시민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전월세 시장 정상화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택 공급은 단순히 콘크리트 건물을 빠르게 올리는 작업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터전을 재구성하는 고차방정식이다. 적체된 행정은 패스트트랙으로 해결될 터이나 주택은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다. 속도전으로 지자체와의 협의, 토지 보상부터 주민 재정착 같은 난제들을 그저 ‘단축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겼다가는 더 큰 갈등과 사업 표류라는 사회적 비용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 ‘닥치고 공급’하겠다는 서두름 속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소통하는 ‘협력’이 밑바탕 되어야 하는 이유다.
결국 불안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거친 속도전이 아니라 정교하게 다듬어진 주택 정책이다. 공급 대책의 파트너인 지자체와의 의견 조율을 통해 정책 혼선을 줄이고, 무주택 청년과 실수요자들이 실제로 원하는 입지가 어디인지, 감당 가능한 가격대의 주택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자칫 무리한 공급 속도전은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공급의 ‘속도’ 못지않게 ‘질’과 ‘타깃’을 정교하게 살피는 리더십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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