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셧다운 땐 車·건설·섬유 '와르르'...배터리·시멘트도 촉각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성진 기자I 2026.03.12 18:32:30

공장은 사실상 ‘좀비 모드’...업종불문 중동發 위기감 최고조
석화업계 가동률 턴다운 비율까지 하락
자동차·건설·섬유 등 연쇄 충격 가능성
철강·배터리·시멘트, 원가 폭등 생존 위기
전문가 "산업계 충격 1년 이상 지속될 것"

[이데일리 김성진 김은비 공지유 김영환 기자] 미국과 전쟁을 벌이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료 수급이 막히며 그 충격파가 국내 산업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현재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재료인 나프타 수급에 애를 먹으며 사실상 공장을 ‘좀비 모드’로 돌리고 있는데, 만약 셧다운이 현실화할 경우 그 여파가 자동차, 건설, 섬유 등 전방위로 확산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철강과 배터리, 시멘트 등 불황에 허덕이는 업체들까지도 전쟁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더라도 물류비, 전기료 등 제반비용 증가가 최후의 일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석화 셧다운 코앞…물류 대란 위기감 확대

국내 석화기업 중 가장 먼저 불가항력을 선언한 여천NCC는 현재 공장 가동률을 60%까지 낮춰서 운영하고 있다. 2024년만 하더라도 NCC 가동률이 90%를 넘어섰지만, 이번 중동 사태로 나프타가 부족해지며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 여천NCC는 나프타 수급 불안이 지속될 경우 향후 50%까지 가동률을 낮출 계획으로 알려졌다. 여천NCC 공장의 턴다운(Turndown) 비율은 50%로, 이 밑으로 가동률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LG화학 여수 NCC.(사진=LG화학.)
턴다운 비율은 설비를 멈추지 않고 가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동률 하한선을 의미한다. 이 밑으로 가동률을 낮출 바에는 차라리 가동을 멈추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설비 특성 탓에 공장별로 이 턴다운 비율이 모두 상이하며, 롯데케미칼은 현재 턴다운 비율인 70%까지 가동률을 낮춰서 운영하는 중이다. 현재 석화 기업들이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약 2주 정도로 파악되며, 만약 나프타가 모두 소진될 경우 가동 중단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업계 공급차질 선언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0일 고객사에 “주문 물량 전량에 대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불가항력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천NCC, LG화학, 롯데케미칼은 이미 불가항력 선언을 한 바 있다.

석화 공장 셧다운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산업계에 미칠 충격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이 멈추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생산이 멈추고, 이를 원료로 쓰는 하공정 공장들도 줄줄이 셧다운을 피하기 어렵다. 석화 제품이 사용되는 자동차 내외장재는 물론이고 타이어, 가전제품 플라스틱 등 완제품 조립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배관용 PVC, 단열재, 페인트, 접착제 등이 필요한 건설 현장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섬유와 의류업계에도 비상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물류대란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국내 최대 선사인 HMM은 지난 11일 고객들에게 중동 지역 신규 예약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다만 이미 중동지역으로 운송 중인 화물은 기존 항로 대신 안전한 대체항만으로 우회하는 조치를 적용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인천~두바이 항공편 운항을 기존 15일에서 28일까지 연장하며 하늘길도 막힌 상태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다핵원 초빙교수는 “산업계 충격은 1년 넘게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전쟁이 곧 끝난다고 하더라도 회복하는 과정이 걸리고, 이는 곧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불황 속 철강·배터리·시멘트…일격 가할 수도

이같은 비용 증가는 불황을 겪는 업체들에게는 생사를 좌우하는 요소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 중국발 저가공세 탓에 공장 문을 닫는 사례들이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와 물류비가 오를 경우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밀릴 수 있다. 철강업체들은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공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배터리 업계 역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매년 크게 떨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국내외 사업장 가동률이 47.6%까지 하락했다. 가동률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 역시 에너지솔루션(배터리) 부문에서 2023년 76%의 가동률을 기록했는데, 전기차 수요 부진이 본격화한 2024년(58%) 50%대로 크게 떨어졌다. SK온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직원의 3분의1 이상을 해고하는 등 업황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는 아직까지 중동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여파는 없다면서도, 사태 장기화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니켈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채굴 비용이 올라가면서 운영비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산업에도 적잖은 여파가 예상된다. 이미 건설 경기 위축 등의 여파를 맞고 있는 시멘트 업계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물류 비용 확대, 고환율 여파로 원가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연료비 상승이다. 시멘트 생산은 소성로(킬른)를 고온으로 가동해야 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 산업이다. 유가가 높아지면 유연탄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데 제조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직전 수입분까지는 가격 변화가 없었으나 최근 유연탄 가격이 20% 올랐다고 한다”라며 “에너지 비용이 시멘트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만큼 유가 상승이 수익성을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