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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노린 전략적 인수에 PE들 관심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전략적 매각'이 주요 엑시트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전략적 매각이란 포트폴리오 기업을 동일 산업 내 기업이나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IPO 시장이 점진적으로 재개되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공모 투자자들의 기업 선별 기준이 크게 높아지면서 실제 투자금 회수는 M&A를 통해 이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략적 매각이 PE 업계에서 주목받는 배경에는 △확실한 프리미엄 △거래 확실성 △빠른 투자금 회수 △대형 자산 매각 가능성 등이 꼽힌다. 무엇보다 전략적 인수자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PE들이 선호해왔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와 시장 점유율 확대, 기술 확보 등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같은 자산이라도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지불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거래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금과 같이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시기 속에선 장점으로 꼽힌다. IPO는 시장 상황과 투자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 반면 전략적 매각은 인수자와 매도자 간 협상이 마무리되면 거래가 확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IPO의 경우 상장 준비 기간과 보호예수 등을 거쳐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해야 하지만 전략적 매각은 한 번에 현금화가 가능해 투자금 회수 속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특히 미국에서는 규제 환경 변화 및 산업 재편도 못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반독점 규제 기조는 여전히 강하지만 동일 사업 간 결합보다는 제품 확장형 인수에 대해서는 승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며 "기술·소프트웨어 분야 전략적 인수합병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흐름이라 이 쪽으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 자산을 매각하기에 적합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기업 가치가 수십억달러 이상으로 커지면 다른 사모펀드가 인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전략적 기업은 시너지뿐 아니라 곳간 여유자금을 바탕으로 대형 인수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바이어와 협력 강화…M&A 엑시트 확대
실제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전략적 매각 사례가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 퍼미라는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인포매티카를 80억달러(약 12조원)에 세일즈포스에 매각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이 전략적 바이어에게 전액 현금으로 인수되는 거래는 최근 시장에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공모시장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술·데이터 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IT 기업들의 전략적 인수 수요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거래가 주요 투자 회수 통로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퍼미라는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해왔다. 예컨대 회사는 지난해 이탈리아 럭셔리 스니커 브랜드 골든구스 지분 일부를 투자사 홍샨 캐피털 등에 매각하며 부분 엑시트를 단행했고, 요트·보트 온라인 거래 플랫폼 보츠그룹에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하며 일부 지분을 매각했다. 단일 거래를 통한 전면 엑시트뿐 아니라 지분 매각과 재무적 투자 유치 등을 병행하며 엑시트 경로를 넓혀온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성장형 사모펀드 브리걸 세이지마운트는 최근 데이터·핀테크 기업 트러스트아크와 덴탈익스체인지 등을 전략적 기업에 매각하며 투자금을 회수했다. 또 영국 사모펀드운용사 인플렉션도 회계·세무 서비스 기업 TC그룹 매각을 추진하는 등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엑시트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업계에선 당분간 이러한 유형의 엑시트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는 모양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IPO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략적 투자자를 통한 매각이나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엑시트 방식이 동시에 활용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사모펀드운용사들이 복수의 출구 전략을 병행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