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대 HBM 시장, SK하이닉스가 주도
내년 6세대 경쟁 개화…삼성 1위 탈환 노려
메모리 3강, 양산·차세대 제품 개발 속도전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초기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큰손인 엔비디아에 4세대 HBM3을 독점으로 공급한 데 이어 5세대 HBM3E 시장도 선점했다. 올해까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가속기에 HBM3E가 주로 탑재되면서, SK하이닉스 역시 HBM 점유율 1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는 이같은 판도가 뒤바뀔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UBS는 내년 삼성전자의 HBM 비트 출하량 점유율이 41%로, SK하이닉스(39%)의 점유율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HBM 비트 출하량은 메모리 용량을 기준으로 공급량을 추정하는 기준이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 역시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이 올해 35%에서 내년 46%로 11%포인트 상승하면서 SK하이닉스(37%)를 앞설 것이라고 봤다.
 | | 지난 3월 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HBM4, HBM4E 메모리가 전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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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HBM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에는 6세대 HBM4 시장의 개화가 자리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놓는 차세대 AI 가속기에는 HBM4가 본격적으로 탑재된다. 전체 HBM 수요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7%에서 내년 37%로 확대될 전망이다. UBS에 따르면 내년에는 차세대 제품인 7세대 HBM4E도 전체 수요의 12%를 차지하게 된다.
엔비디아는 올해 하반기 베라 루빈에 HBM4를 적용한다. 루빈 그래픽처리장치(GPU) 1개에는 288기가바이트(GB)의 HBM4가 들어간다. AMD도 올해 출시하는 인스팅트 MI455X에 432GB 용량의 HBM4를 탑재한다. 아마존이 내년에 출시하는 트레이니엄 4에는 256GB의 HBM4가 들어간다. 이에 메모리 3강은 HBM4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HBM4 시장에서 반격을 시작하며 SK하이닉스가 주도했던 시장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지난 2월 12일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한 뒤 4개월 만인 지난달 말 업계 최초로 매출 10억달러(약 1조4900억원)를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연말에는 100억달러(약 14조90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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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뿐 아니라 주문형반도체(ASIC) 고객사를 확대하며 수요에 대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HBM4를 우선 공급하고 있다. 구글, 브로드컴 등 빅테크 기업들과 HBM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장기공급계약(LTA)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자체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빅테크와 주문형반도체 고객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HBM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D램·낸드·HBM 등 주요 메모리 시장에서 모두 선두에 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38%로 1위에 올랐다. 낸드 시장에서도 29%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켰다.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센터에 열린 ‘컴퓨텍스 2026’의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SK하이닉스의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웨이퍼에 '제발 더 만들어줘'라고 적고 사인을 남겼다.(사진=SK하이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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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역시 차세대 HBM 제품 양산에 속도를 내면서, 내년부터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UBS에 따르면 내년도 전체 HBM 공급량 전망치는 590억8700만기가비트(Gb)로, 올해(365억2300만Gb)보다 62% 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1%와 39%의 점유율을, 마이크론은 2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4 12단의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차세대 AI용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 역시 HBM4 양산 출하에 들어갔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엔비디아 베라 루빈 공급망에 진입했다. 마이크론은 차세대 HBM4E도 내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BM4에 이어 HBM4E 시장까지 메모리 3강이 치열하게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