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란戰, 한달내 끝나야 산다…장기화땐 경기·물가 이중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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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3.03 17:21:16

유가 80달러·가스 54% 급등에도 분위기 나쁘지 않아
아직은 단기 충격 전망…중동 에너지 의존 높아 우려↑
유가 10달러 영구상승시 물가 0.4%p↑·성장률 0.15%p↓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유가 급등 두고보지 않을것"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충돌이 한 달 이상 길어지면 유럽 경제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되살아나던 경기 회복세가 꺾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실화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 운용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사진=AFP)
전쟁 ‘한 달’ 넘어가면…유로존 회복세 꺾일 수도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안토니오 바로소, 시모나 델레 키아에는 “분쟁이 단기간에 그치고 에너지 가격 상승도 일시적이라면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해 유가·가스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각국 정부는 물가 상승으로부터 유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이는 지도자들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당초 4~5주로 예상했던 전쟁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전날 시사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미약하게나마 반등하던 유로존 경기가 다시 꺾이고, ECB가 어렵게 누그러뜨린 인플레이션 압력도 다시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ING의 카르스텐 브레즈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은 중동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란발 파급효과에 가장 많이 노출된 주요 경제권”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유럽 경제는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어 대다수 국가에서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고, 인플레이션도 ECB 목표치인 2% 안팎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이란 사태는 유럽 경제 전망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유럽 시장은 아직까진 과도한 공포에 빠지들지 않은 분위기다. 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브렌트유 가격이 전날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음에도 단기적인 유가 급등(near-term spike)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향후 지지율을 의식해 에너지 가격 급등을 두고보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미 유권자들은 이미 이란 공격 이전부터 높은 소비자 물가 부담을 이유로 그를 탓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유가 전망은 여전히 배럴당 65~70달러 평균을 기준으로 두겠다”고 덧붙였다. 영구적인 수준의 유가 재조정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서 과도한 긴장을 피할 유인이 크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운송 석유·가스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다. 유니크레디트 이코노미스트 에도아르도 캄파넬라는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이란을 지지하는 유일한 주요 강대국인데, 석유 수입을 위해 이 해상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란이 이를 위태롭게 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AFP)
유가·가스 동반 급등 땐…ECB ‘금리 딜레마’ 봉착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공급이 차단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유럽 가스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분쟁이 더욱 격화하면 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며 주요 선진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국내총생산(GDP)은 더욱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경기를 부양하려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 각국 중앙은행들에 상반된 신호를 주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ECB 정책위원인 가브리엘 마흘루프와 마르틴 코허는 이란 전쟁이 유럽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지만,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인 피에르 운슈는 전쟁이 더 오래 지속되고 유가 상승폭도 더 커진다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ECB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시장에서 일부 되돌려졌다.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차질을 가정한 내부 시나리오에서 에너지 주도 인플레이션이 크게 튀고, 성장률은 날카롭게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고 토로했다.

모건스탠리도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영구적으로 상승하는 충격이 가해질 경우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은 0.15%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ECB의 최신 전망에선 2028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를 다소 밑돌고, 성장률은 올해 1.2%에서 내년 1.4%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유럽 가스 가격은 특히 예의주시 대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타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설이 이란의 드론 공격 이후 생산을 중단하며 유럽 가스 가격은 한때 54%까지 급등했다. 이미 유럽의 가스 비축량은 예년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다음 겨울을 앞두고 올여름 대규모 LNG 수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블랙록 EMEA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카림 체디드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리가 대화하는 시장과 고객들은 이번 사태를 공급 충격이 아닌 변동성 충격으로 보고 있다.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가 인플레이션에 지각변동(seismic shock)을 일으킬 만큼의 충격은 아니라고 본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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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스라엘, 이란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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