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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방산업계 ‘황금기’ 맞았지만 성장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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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5.10.30 14:45:12

우크라戰 안보위기 지속…美의존 탈피 안간힘
유럽 각국 군사지출 대규모 증액…방산업계 호황
주요 기업 덩치 키웠지만 매출 등 실적은 제한적
‘유럽형 자주국방’ 딜레마…“구조적 한계 뚜렷”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맞물리며 유럽 방위산업 업계가 황금기를 맞이했지만, 산업 구조, 조달 체계, 기술력, 창업 환경 등 성장 제약요소가 뚜렷해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AFP)


유럽, 군사지출 대규모 증액…방산업계 호황

29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독일 라인메탈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 270억유로에서 현재 780억유로로 3배 이상 불어났다. 이는 미국 방산 공룡 록히드마틴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연간 순이익의 90배에 달하는 규모다.

다른 유럽 대형 방산업체들도 유사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BAE시스템즈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말 429억달러에서 현재 775억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 프랑스 탈레스는 482억유로에서 519억유로로,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는 117억유로에서 294억유로로 각각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안보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하면서 유럽연합(EU)에선 더이상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경고하며 유럽에 군사지출 확대 등 자체 방위력 확보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미군 장비에 크게 의존해왔다. 2022~2024년 전체 조달 예산의 3분의 1이 미국 무기였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이 남중국해 등에서 새로운 분쟁에 휘말릴 경우, 즉 미국이 자체 군수·안보 자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하게 되면 유럽에 대한 무기 지원이나 안전보장은 약화할 수밖에 없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유럽 국가들은 잇따라 국방비 지출을 늘렸고, 나토 역시 지난 6월 방위비 목표를 기존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서 5%(직접 국방비 3.5%·간접 안보비 1.5%)로 상향했다. 그 결과 올해 유럽의 군사장비 지출은 1800억달러에 달해 2021년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는 미국의 지출 규모도 넘어선 것이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만큼 방산업계의 대대적인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U는 지난 3월 발표한 ‘리드니스 2030’ 백서에서 각 회원국에 요구되는 방위시스템을 충분한 양과 속도로 생산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산업 생산능력의 대규모 증설을 촉구했다. 이달 마련된 ‘평화유지 전략’에선 향후 5년간의 방위산업 우선순위를 제시했으나, 산업의 지나친 분산과 느린 조달체계, 혁신 기업 부족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개선과제로 남았다는 진단이다.

‘유럽형 자주국방’ 딜레마…“구조적 한계 뚜렷”

가장 큰 걸림돌은 각 회원국으로 생산·조달 체계가 분산돼 있다는 점이다. 유럽 각국이 자국 방산업체 중심의 정책을 고수하면서 성장도 제한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라인메탈의 연매출이 록히드마틴의 6분의 1에 그쳤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유럽 전체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지난해 130억유로에 불과해 미국(1480억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에 방산업계에선 더 많은 협력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일부 통합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라인메탈이 최근 군함 제조사인 뤼르센을 인수한 것이 대표 사례다. 올해 상반기 유럽 방산 인수·합병(M&A) 거래 규모도 23억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 3분의 1 증가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가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여전히 대기업 합병에 소극적”이라며 “대형사들 간 본격적인 통합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공동프로젝트는 기대와 한계가 교차한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는 성공적 협업 사례로 꼽히지만, 새로운 유럽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미래전투항공시스템(FCAS)은 프랑스-독일 간 이견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조달체계도 발목을 잡고 있다. EU 특유의 복잡한 절차와 느린 의사 결정, 장기적인 약속 등이 불확실성을 키워 방산업체들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첨단 무기 상당수가 미국산이 가격이나 공급 속도 측면에서 여전히 우위여서, 수요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기술 경쟁력 확충, 특히 드론·위성 등 전장 혁신기술 분야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군수품이나 장갑차 등 전통적인 투자 분야에선 공급 역량이 확대했으나, 첨단 로켓·미사일·방공 시스템 분야 기술력은 턱없이 부족하거나 아예 부재한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방산 활성화·자주화와 독립적 역량 강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도전적인 창업가들에 대한 정책 지원을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단기 투자호황에 그치고,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해가는 세계에서 자립과 안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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