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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국내 계열사의 금융 여신 보증을 제한하고 있다. 계열사 간 채무보증으로 기업집단 내 한계기업의 퇴출이 지연되고 나아가 부실이 전이되지 않도록 할 목적이다. SOC, 해외건설, 수출입 제작금융 등만 매우 특수한 경우만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채무보증제한제도의 실효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달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채무보증 현황’에 따르면 신규 상호출자제한집단 기업을 뺀 대기업집단 채무보증금액은 68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억원(20.5%) 감소했다. 687억원 모두 SOC 등 제한제외대상 채무보증으로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었다. 최근 수년 역시 마찬가지다.
공정위와 학계 등에서는 상호출자제한집단이 TRS(총수익스와프)와 자금보충약정 등을 통해 사실상 채무보증을 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공정위가 2012년 대기업집단을 실태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35개 집단에서 21조 800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을 맺고 채무보증 제한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 교수 등은 “자금보충약정으로 검색 시 최근 6개월간 무려 1182건의 공시가 발견된다. 프로젝트 금융 사안이 다수일 것으로 보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DART(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TRS로 검색하면 매우 많은 공시사례가 검색된다. CDS(신용부도스와프) 거래도 공시사례가 다수”라고 설명하며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들은 ‘신용공여’라는 개념을 사용해 규제체계를 재구성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 교수 등은 “채무보증과 자금보충약정, TRS 모두 거래형식은 다르나 계열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신용공여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며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상위 개념으로서 ‘신용공여’ 개념을 사용, 규제체계를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법과 상법, 자본시장법에서 이미 신용공여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공정위는 내년 초 정확한 실태조사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성경제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내년 초 현행 자금보충약정이나 TRS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종전에는 행정절차로 조사를 진행해 신뢰성 등이 담보되기 어려웠으나 새 공정거래법에 따라 법에 근거해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성 과장은 “채무보증제한 도입 취지는 여신의 편중과 한계기업의 도산 지연으로 전체 기업집단이 동반 부실화되는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실태조사를 통해 규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본래 취지에 반하는 것까지 규제하거나 범위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법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별 금융규제 법안에 겹치는 중복규제도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최종발표회에서는 ‘OTT와 다채널 유료방송서비스 간 경쟁관계’, ‘플랫폼 사업자 간 기업결합’ 등에 대한 연구결과도 함께 발표됐다. 김형배 공정거래조정원장은 “오늘 법·경제분석그룹 발표회를 통해 논의된 내용들은 향후 공정위 경쟁법 집행과 정책수립에 있어 귀중한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