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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미국과 일본이 이례적인 엔화 매수 공동개입에 나서자 달러·엔 환율은 164엔 부근에서 155엔대로 급락했다. 엔화 가치가 단숨에 5%가량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개입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59엔대에서 거래되며 개입 당시 상승 폭의 절반가량을 되돌렸다.
한국인 여행객 입장에서는 다시 엔화가 싸진 셈이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80원이라면 10만엔을 환전하는 데 88만원이 필요하다. 100엔당 1000원이던 때와 비교하면 같은 10만엔을 사는 데 12만원이 덜 든다.
눈에 띄는 것은 이처럼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아직 1%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엔화 약세는 원유와 원자재, 식료품 등의 수입가격을 높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지난 3월 전년 동월 대비 1.5%를 기록한 뒤 4월 1.4%, 5월 1.5%, 6월 1.7%로 넉 달 연속 1%대에 머물렀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모두 포함한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기준이다.
같은 기간 한국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2.2%에서 4월 2.6%, 5월 3.1%, 6월 3.2%로 가팔라진 뒤 7월 2.8%로 둔화했다. 양국의 최신 공통 시점인 6월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일본보다 1.5%포인트 높다.
일본 물가가 엔화 약세와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1%대에 머무는 데는 정부의 에너지 가격 부담 완화 조치와 식료품 가격 상승세 둔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해 물가를 끌어올렸던 쌀 가격 상승세가 약해진 데다 서비스 물가도 6월 1.2%로 둔화했다. 여기에 엔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높아진 기업의 비용 부담이 아직 소비자가격에 본격적으로 전가되지 않은 점도 물가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다.
엔화 약세에 상대적으로 완만한 현지 물가 상승세까지 겹치면서 일본 여행의 가격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본의 낮은 물가 상승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높아진 수입가격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가격에 전가될 수 있어서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하반기부터 2%를 뚜렷하게 웃돈 뒤 점차 2%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며 “원유 가격 상승분의 전가와 반도체 가격 상승, 엔화 약세 등이 향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는 당분간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미·일 공조에도 엔화 약세 심리가 쉽게 꺾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외환시장 개입 효과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과 일본의 취약한 재정건전성”이라며 “추가 시장 개입 가능성은 크지만 개입만으로 엔화 약세를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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