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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1·2부 승강제로 경쟁 유도…주가 조작 땐 원금까지 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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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I 2026.03.18 17:20:55

이재명 대통령 주재 자본시장 간담회…4대 개혁 방안 발표
"코리아 디스카운트→코리아 프리미엄" 목표
일본 TSE 구조개혁 벤치마크 코스닥 '승강제' 도입
중복상장 원칙 금지·주가조작 원금 몰수 '강력' 방안 쏟아져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정부가 코스닥 시장을 두 개 리그로 나누고,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4대 개혁 방안을 내놨다. 주가조작 적발시엔 부당이득뿐만 아니라 원금을 몰수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수십 년간 이어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을 제도 전반에서 걷어내겠다는 의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똑같은 주식인데 한국 거래소에 상장됐다는 이유로 할인받는 일이 수십 년간 계속됐다”며 “하기에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코리아 프리미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달 초 기준 한국 증시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24배로 영국(2.38배)·독일(1.92배) 수준까지는 올라왔지만 미국(5.43배)·대만(4.68배)과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이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배구조 문제와 경영권 남용 △시장 불투명성과 주가조작 △산업경제 정책의 예측 가능성 부족 △지정학적 리스크 과장 등 네 가지를 직접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닥 2부 리그 개편…성장 사다리 구축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혁신 방안의 핵심으로는 코스닥 시장의 ‘2부 리그’ 개편이 꼽힌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코스닥 시장을 성숙한 혁신 기업과 성장 중인 스케일업 기업 등 두 개의 리그로 나누고 이동이 가능하게 해 시장의 역동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코스닥은 바이오·IT 스타트업부터 시가총액 수조원대 중견기업까지 한 시장에 혼재해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대장주 이탈까지 가속화되며 시장 신뢰는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코스닥 시총 1위 알테오젠(196170)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을 의결했고, 시총 2위 에코프로비엠(247540)도 이전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기업만 100곳이 넘는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코스닥은 개인 중심의 시장으로 실적이 좋아도 왜곡된 가치 평가가 반복된다”고 이전 배경을 밝혔다.

개편안의 골자는 시가총액·재무건전성 등을 기준으로 상위 대형 성숙기업 중심의 ‘프리미엄(가칭)’과 일반 스케일업 기업 중심의 ‘스탠다드’로 시장을 나누고 승강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상장폐지 우려·거래 위험 기업은 별도 관리군으로 격리해 관리한다.

프리미엄 세그먼트에는 시총 상위 80~170개 기업이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차별화된 공시 체계도 함께 도입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미 2024년 자본시장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을 통해 시장 구분 방안을 검토해왔다. 거래소 관계자는 “1부 기준 미달 기업은 2부로 강등되고 2부 기업도 잘하면 1부로 올라갈 수 있게 하면 시장에 긴장감이 돌면서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부 리그제의 벤치마크는 2022년 단행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 구조개혁이다. 당시 일본은 기존 5개 시장을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 3개로 재편하고 기업 성장 단계에 따라 시장을 배정하는 승강 구조를 도입했다. 개혁 이전 일본 1부 시장에는 나스닥(1500개)과 유럽증시(300~500개)를 훌쩍 웃도는 2177개 기업이 난립해 있었다. 프라임 시장에는 엄격한 상장 기준을 설정해 국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쿠로누마 에츠로 일본 와세다대 법학부 교수는 “자본비용 및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도입하고 투자자와의 소통을 개선하도록 요구받아 경영진의 의식 제고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썩은 물건인지 제대로 된 물건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섞여 있으면 그 가게에 가기 싫다”며 부실 기업 정리와 시장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중복상장 원칙 금지·주가조작 원금 몰수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복 상장 원칙 금지, 주가조작 원금 몰수 등 굵직한 추가 방안도 쏟아졌다.

정부는 모회사·자회사 동시 상장으로 일반 주주 권익이 훼손되는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전략산업·설비투자 등 자본이 필요한 기업은 심사를 강화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자회사 중복상장 추진 시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충실의무를 부여해 해외 거래소 상장의 경우에도 규율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한다.

주가 조작에 대해서는 기존 시세조종에 더해 미공개정보 이용, 사기적 부정거래 적발 시에도 투자 원금 몰수가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부당이득 총액의 30%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고 직접 가담자도 신고 시 포상금 지급 및 처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저PBR 기업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네이밍 앤 셰이밍’ 방식을 도입하고 부실기업·동전주는 신속 퇴출하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증시가 출렁이는 상황에서 열렸다. 이 대통령은 “작년 2500~2600선에서 조정도 없이 6000 중반대까지 올라갔는데 어쩌면 하나의 계기로 다지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기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며 “이럴 때야말로 필요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중동 정세 완화 기대감과 함께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방안 발표에 따른 정책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급등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284.55포인트(5.04%) 오른 5925.03에 거래를 마감하며 5900선을 재돌파했다. 오후 2시34분에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2.41% 상승한 1164.38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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