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FTC, 파생상품 담보로 비트코인 사용 허용
제도권 금융 내에서 디지털자산 인정하는 신호
트럼프 “미국을 디지털자산 메카로” 선언 일환
주춤한 시장에 활력소 기대, 美 투자 쏠림 전망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디지털자산을 파생상품 거래의 담보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세계 디지털 자산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뒤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 시장 안에서 인정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미국 디지털자산 업계는 잇따라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어, 미국발(發) 제도 변화가 주춤해진 디지털자산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캐롤라인 D. 팜 의장대행은 8일(현지시간) “미국 파생상품 시장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한 토큰화된 담보를 위한 미국 디지털자산 파일럿 프로그램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디지털자산 보유자가 파생상품 거래를 하려면 디지털자산을 달러나 국채 등 전통 자산으로 전환해야 했다. 이로 인해 디지털자산과 전통 금융 시장 간 마찰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CFTC 조치로 별도의 전환 없이 비트코인 그대로 담보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파일럿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모든 상품에 무제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첫 3개월 동안 담보로 수락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C)으로 한정했다.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CFTC에 통지해야 하는 등 거래 과정에서 가이드라인도 지켜야 한다.
 | |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캐롤라인 D. 팜 의장대행은 8일(현지시간) “미국 파생상품 시장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한 토큰화된 담보를 위한 미국 디지털자산 파일럿 프로그램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자료=CFT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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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조건이 붙었지만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잇따라 밝혔다. 크리스 마르잘렉 크립토닷컴 CEO는 “암호화폐 산업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 잭 맥도널드 리플 스테이블코인 부문 수석부사장은 “디지털자산을 파생상품 시장에 통합하는 중대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이 평가한 것은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제도권 금융 시장 안에서 디지털자산을 ‘정상 자산’으로 인정하려는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권 내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현금이나 국채와 같은 담보 자산으로 인정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지적이다.
폴 그레왈 코인베이스 법무 책임자는 “CFTC가 토큰화 혁신이 금융의 미래라는 점을 신속히 인정한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며 “디지털 혁신이 전통 금융 분야를 변화시키고 개선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18일(현지시간) 디지털자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지니어스 법(GENIUS Act)’에 서명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첫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으로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열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미국을 세계 디지털자산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워싱턴D.C.=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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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기관 자금이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기관이나 대형 투자자에게 중요한 요소인 제도적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쏠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국채나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안전 자산을 블록체인에서 토큰 형태로 사고파는 시장(RWA·Real World Asset)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디지털자산 전문가인 초이스뮤온오프 최화인 대표는 “이번 CFTC 조치는 ‘미국을 세계 디지털자산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발언의 연장선”이라며 “‘위축된 디지털자산 시장을 파생상품 시장으로 활성화하겠다’, ‘미국이 디지털자산 돗자리를 깔아줄테니 미국에 투자하라’는 속내가 있는 것으로 RWA를 비롯한 디지털자산 시장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