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돈로 독트린'…"中에 55조달러 경제 우위 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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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2.11 15:34:54

카리브해·이란에 군사력 집중하며 亞전략 소홀
돈로 독트린, 중·러엔 글로벌 영향력 확대 기회
"中견제하며 이란·대만·유럽 동시 커버 힘들어"
美억지력 약화 우려 속 ‘선택적 개입’ 딜레마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력 외교’(Gunboat Diplomacy)가 중국에 55조달러(약 8경 14조원) 규모의 경제적 우위를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맹국을 위협·압박·외면하고 적대국과 세력권을 나누려는 전략이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의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줄 것이란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무력 외교와 동맹 압박…“트럼프식 질서 재편 지속 불가”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해 왔지만, 현재 그의 무력 외교 전략은 중동과 그린란드, 카리브해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가장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잃고, 중국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매체는 내다봤다.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 전략가들은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인 아시아로 ‘전략 축’을 옮기자고 요구했다. 이를 우선순위로 삼으려면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다른 국가들에 국제규칙을 지키도록 요구하기 위해선 적어도 미국 스스로 공공연한 규칙 존중을 외치는 정도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논리가 뒤따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돈로 독트린’은 영토 주장을 내세우거나 관세 등 무역 보복 위협을 통해 동맹을 강압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카리브해와 이란 앞바다에 각각 해상 전단을 배치해 분쟁을 피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유럽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앞세워 방위비 증액 및 자주 방위를 에둘러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선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중국의 핵심 동맹 네트워크를 고립시키려는 큰 전략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최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규범 기반 질서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유용한 허상’”이라며 “지금은 질서의 전환이 아니라 단절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요새화된 세계는 더 가난하고 불안정하며 지속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스티븐 월트 교수도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단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제로섬 세계관에 기반한 외교를 하고 있다”며 이를 ‘약탈적 패권’(predatory hegemony)으로 규정했다. 그는 “세계가 다극화된 현재 이런 전략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에 배치돼 있는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모습. (사진=AFP)
가장 중요한 亞서 억지력 약화 우려…중·러엔 기회

트럼프 대통령의 ‘세력권 구분’(spheres of influence) 구상이 되레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실제 중국은 최근 대만을 비롯해 남중국해에 대한 통제력을 보다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는 동유럽과 북유럽에 대한 군사 위협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엔 러시아의 사이버 사보타주(파괴공작) 활동이 나토 회원국들까지 겨냥하며 대담해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을 보유하고 있다. 가까운 시기에 잠수함 전력에서도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군수산업 기반은 과도한 해외 배치로 포화 상태이며,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억지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틈을 중국이 대만 침공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대만에서 전쟁이 터질 경우 세계 경제에 최소 10조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남중국해는 연간 4조달러 규모의 글로벌 교역로 역할을 하고 있어 군사충돌시 파급력이 막대하다. 아울러 발트 3국의 안보가 흔들리면 수십년간 이어진 유럽의 번영 기반도 위협받게 된다.

그동안 중동 개입을 축소해온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새로운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또는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보복에 나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꽁무니를 뺀다’는 의미의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인식까지 더해지며, 돈로 독트린이 결과적으론 중국과 러시아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더 수월하게 만들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 워싱턴 정가에서는 중동 개입 확대는 아시아 전략의 분산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미국이 상대적 쇠퇴기에 접어든 만큼 ‘선택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논리도 이 연장선 위에 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돈로 독트린으로 中에 亞 GDP 55조달러 넘어갈 것”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최신 세계 성장 전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돈로 독트린 노선이 중국에 넘길 아시아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38조달러에서 2035년 55조달러로 확대할 것이라고 추산됐다. 같은 기간 유럽은 37조달러, 미주(미국 제외)는 11조 5000억달러, 중동 및 아프리카는 9조 5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했지만, 이 국가의 GDP는 100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또 원유 매장량이 많더라도 채굴 비용이 높아 실질적인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또다른 주 타깃인 쿠바는 경제 규모가 더 작고,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멕시코와의 마찰만 심화되고 있다.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대(對)유럽 관세 위협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불룸버그는 “이런 불확실성 자체가 동맹국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아시아·태평양은 21세기 핵심 경제·지정학 전장’이라며 지역 경쟁 강화를 다짐했지만, 일본·한국·인도 등 주요 동맹국과의 무역 갈등을 심화시켜 스스로 공약을 흔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전부터 대만이 미국의 방위를 원한다면 ‘보호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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