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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균열에 발목 잡힌 AI 인프라 투자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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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경 기자I 2026.04.24 15:51:57

하이퍼스케일러 올해 美 AI인프라에 960조원 투자 계획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망 균열로 전제조건 흔들려
반도체 생산 헬륨에, 데이터센터 전력 LNG에 의존
중동 생산시설 피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차질
AI산업 지탱해온 글로벌 공급망 취약성 부각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란 전쟁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AI 인프라 투자 붐이 핵심 원자재와 에너지 공급 차질로 제동이 걸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올해 약 6500억 달러(약 964조원)를 미국 AI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투자 계획은 공급망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세워진 것으로, 이란 전쟁으로 공급망에 균열이 가면서 전제조건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AFP)
AI 경제는 디지털 기술 위에 구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물리적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무디스 레이팅스의 데이비드 팬 분석가는 “AI 경제는 토큰으로 움직이고, 토큰은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작동하며, GPU는 카타르산 헬륨, 이스라엘산 브롬, 그리고 페르시아만에서 단 21마일 폭의 출구 하나로만 연결된 액화천연가스(LNG) 탱커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무디스 레이팅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헬륨 부족이 초래할 파괴적인 영향을 경고했다. 지난달 이란이 카타르의 라스 라판 산업단지를 공격한 여파로, 헬륨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라스 라판 단지는 전 세계 헬륨 공급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 거점이다. 작년만 해도 헬륨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며 가격이 하락하는 과잉 상태였다. 그러나 이란 사태가 생산 차질을 초래하면서 수급 역학이 뒤집혔다.

LNG 공급 차질도 AI 산업을 지탱해온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데이터센터는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 전 세계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확보에도 리스크가 커졌다.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설비 피해와 물류 차질이 겹치며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은 2020년대 경제를 관통하는 구조적 특징과 맞닿아 있으며, 세계가 안정적이라고 믿어온 공급망이 반복되는 충격 속에서 예상보다 훨씬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최근 AI 칩 가격 급등을 공급 부족이 아닌 ‘수요 폭증’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칩플레이션의 거시적 함의’ 보고서에서 “최근 칩 가격 상승을 공급 측 요인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기하급수적인 수요 증가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본다”고 평가했다. 기술 발전과 생산 효율 증가에 따라 지난 수십 년간 지속 하락해온 반도체 가격이 지난 1년 사이에 17배 급등한 것은 수요 증가로 해석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2020년 당시 가격 상승이 주로 공급망 교란 때문이었다면, 현재는 글로벌 산업 사이클의 확장으로 과도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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