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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지킬 에어백이 흉기로"…미국서 中 '짝퉁' 에어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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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7.09 17:20:43

2023년 이후 최소 10명 숨지고 3명 중상
중고차 값싼 대체품 관행에 中 위조 팽창기 사용
장난감 속 숨겨 밀반입…당국 "추적 사실상 불가"
한국인 유학생도 피해…턱 절반 앗아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서 중국산 ‘짝퉁’ 에어백이 유통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람의 목숨을 살려야 할 에어백이 오히려 사람을 해치는 치명적 ‘흉기’로 돌변하고 있어서다.

(사진=AFP)
(사진=AFP)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중국 제조업체 지린성 더톈누오 안전기술(DTN)의 표기가 찍힌 위조 에어백 부품으로 2023년 이후 지금까지 최소 10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건 충돌 사고 순간 에어백을 부풀리는 ‘팽창기’(인플레이터)다. 이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파열되면서, 금속 파편이 운전자의 얼굴과 목으로 날아드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팽창기는 이전의 다른 사고로 정품 에어백이 터진 중고차를 수리할 때 대부분 값싼 대체품으로 끼워 넣어진다. 이렇게 위조 팽창기가 든 에어백 모듈이 통째로 ‘가짜 에어백’으로 둔갑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식이다. 미국에서는 폐차에서 떼어낸 부품을 재활용하는 관행이 흔한데, 이 틈을 파고든 것이다. 이런 가짜 에어백은 이베이나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등에서 100달러(약 15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정품 대체품의 10분의 1 수준이다.

‘장난감 속에 숨겨 밀수’…추적 사실상 불가능

NHTSA는 지난 4월 DTN 부품 번호가 찍힌 에어백 팽창기의 판매와 수입을 금지하고 제조·수입업체에 리콜을 명령했다. 하지만 조너선 모리슨 NHTSA 국장은 “내가 아는 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통상적인 리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품이라면 부품이 어디서 만들어져 어떻게 수입됐는지 쉽게 추적할 수 있지만, 이 불량 부품은 누가 미국으로 들여와 유통했는지 기록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부품은 장난감이나 인형의 집 안에 숨겨진 채 밀반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자가 자기 차에 문제의 부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려면 정비소에서 돈을 내고 검사받는 방법밖에 없다. NHTSA는 “상당한 노력에도 미국 내에 이런 팽창기가 몇 개나 있는지 추산할 만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DTN은 지난 4월 NHTSA에 “다른 회사가 우리 제품을 위조한 것”이라며 미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턱 절반 잃은 한국인 유학생

한국인 유학생도 피해를 입었다. 비행학교에 다니기 위해 미국에 온 한국인 강의석씨는 2023년 10월 텍사스주에서 폭우 속에 쉐보레 말리부를 몰다 통제력을 잃고 미끄러지며 픽업트럭과 충돌했다. 이때 터진 에어백이 그의 턱을 찢어놨다. 강씨는 “숨을 쉴 수 없었고, 목에 뭔가 걸린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아래턱 절반과 아랫니 대부분, 윗니 일부를 잃었다. 이후 한 달간 감염 치료와 얼굴 재건 등 세 차례 수술을 받았다. 문제의 에어백은 그에게 중고차를 판 텍사스의 한 판매업자가 이베이에서 사들여 장착한 것이었다. 이 업자는 “봉투에 봉인이 돼 있고, GM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게 정품이라는 또 다른 증거였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병원에서 한 달을 보낸 뒤 한국으로 돌아와 임플란트 시술과 피부 이식 수술을 이어갔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비행학교를 마쳤다. 그는 “누군가에게 중고차를 사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비슷한 사고로 숨진 이들을 안타까워했다.

(사진=AFP)
(사진=AFP)
배상 평결 9000억원…“무고한 죽음 계속될 것”

피해자는 강씨만이 아니다. 2023년 플로리다주에서 22세 여성 데스티니 바이어시씨가 쉐보레 말리부 사고 도중 에어백이 폭발해 숨졌다. 이 차량 역시 이전 사고로 에어백이 터진 뒤 DTN 표기가 찍힌 부품으로 교체된 상태였다. 유족이 낸 소송에서 지난달 미 배심원단은 유족에게 6억300만달러(약 9087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 밖에도 유타주의 17세 소녀, 오클라호마주의 중학교 교사, 미시시피주의 20세 남성 등도 비슷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위조 에어백을 판매한 혐의로 10여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교통국 전 직원은 2년여간 약 2500개의 위조 에어백을 수입해 페이스북에서 팔다 적발돼 징역 1년1일을 선고받았다.

엘리스 보일 연방검사는 “소비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폭탄을 사서 운전대에 집어넣게 되는 것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사망 사고 유족 일곱 가족을 대리해온 앤드루 파커 펠릭스 변호사는 “무고한 미국인들이 자기 차에 무엇이 들어갔는지도 모른 채 계속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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