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특명 “기축통화 지위 획득하라”

방성훈 기자I 2026.02.02 18:30:46

탈달러·새 기축통화 구축 의지 드러낸 중국
시진핑 “강력한 통화” 천명… 위안화 기축통화 촉구
인민銀 디지털 위안화에 이자 지급 동시 드라이브
자본통제 및 알리·위챗페이 등 민간 결제 걸림돌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한 위안화’라는 명확한 목표와 함께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하며 기축통화 지위 획득을 촉구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에 이자 지급 제도를 도입,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하기 위해 전략적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AFP)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학술지 ‘추시’(求是)는 지난달 31일 시 주석이 2024년 각 지방 주요 간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설 내용을 최초 공개했다. 시 주석은 “중국 위안화가 국제 무역·투자·외환시장 전반에서 널리 사용하고 기축통화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강력한 통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통화 관리를 할 수 있는 강력한 중앙은행, 세계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고 국제 가격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금융 중심지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단순히 목표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광범위한 금융 기반 구축의 구체적 방향성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의 과거 발언과 차별화한다.

팬시언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켈빈 람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세계 질서 변화를 과거보다 훨씬 실감하고 있다”며 “시 주석의 위안화 강조는 최근의 세계 질서 균열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달러화 약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지도부 교체,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화 자산 비중을 재검토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시 주석의 발언을 공개한 것이다.

중국은 이 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 보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에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세계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중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최초다. 금리는 연 0.05%로, 다음 달부터 분기별로 지급할 예정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현재 중국 31개 성·직할 시·자치구 중 17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디지털 위안화 누적 거래액은 19조 5000억 위안(약 4093조 2450억원)에 달한다. 개인용 디지털 지갑은 2억 3000만개, 기업용은 1900만개를 넘어섰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한 기업 간 국경결제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2024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과 함께 CBDC를 활용한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민은행은 CBDC 결제 시스템이 기존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보다 결제 시간을 수초 수준으로 단축하고 송금 비용을 최대 50%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그룹의 한선린 중국 사무국장은 “베이징은 위안화를 진정한 글로벌 통화로 만들고자 한다”며 “달러화를 즉각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분열된 금융 질서 속에 미국의 영향력을 제어할 전략적 균형추로서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위안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1.93%에 불과해, 달러(57%)와 유로(20.82%)에 크게 뒤떨어져 있다. 중국 내부적으론 개인 외환 환전 한도 제한 등 엄격한 자본통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으며 위챗페이(47%)와 알리페이(32%)의 입지가 강해 디지털 위안화 확산이 더딘 상황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