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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규제가 쇠퇴기 족쇄로"…케이블TV 위기에도 방미통위는 ‘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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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I 2026.09.10 17: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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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시절 만든 기금·요금 규제 여전
고시만 바꿔도 되는데 정부는 ‘뒷짐’
연 80억원 기금 감면만으로도 효과
“고사 땐 미디어 취약계층 직격탄”

[광주=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케이블TV(SO) 산업이 구조적 쇠퇴 국면에 직면했음에도 정부의 규제완화가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감면이나 약관·요금 규제 완화 등은 법 개정 없이 시행령이나 고시 개정만으로도 즉시 실행할 수 있음에도, 주무부처의 결단력 부재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언론학회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에이스페어에서 주최한 ‘위기의 케이블TV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정책 과제’ 특별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감한 규제 철폐와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일제히 촉구했다.

10일 한국언론학회가 광주 에이스페어에서 주최한 '위기의 케이블TV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정책 과제' 특별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10일 한국언론학회가 광주 에이스페어에서 주최한 '위기의 케이블TV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정책 과제' 특별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독점 시절 만들어진 규제…쇠퇴기 케이블TV 족쇄로

발제를 맡은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유료방송 시장의 규제 체계가 산업의 생애주기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과거 지역 독점권을 부여받던 성숙기·도입기 시절의 규제가 쇠퇴기에 접어든 현시점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유료방송(IPTV·케이블·위성)은 방송법에 묶여 7년마다 재허가·재승인, 엄격한 광고·편성·요금 사전규제를 받는 반면, 넷플릭스·유튜브·쿠팡플레이 등 OTT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역무(신고제)여서 실질적 사전규제에서 비껴나 있다. 또 케이블TV는 과거 독점적 사업자라는 이유로 부과됐던 방발기금 징수율(1.5%)은 2017년 이후 10년째 동결되어 있다.

이 위원은 “현재 방송법제는 케이블TV가 시장을 독점하던 시절 지대를 회수하고 공적 책무를 부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시장이 경쟁 체제로 개편되고 케이블TV의 지배력이 상실됐음에도 재허가 부관, 약관승인, 방발기금 등의 규제 부담만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희(가운데) 선문대 교수가 위기의 케이블TV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케이블TV협회)
김용희(가운데) 선문대 교수가 위기의 케이블TV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케이블TV협회)
“법 개정도 필요 없다”… 고시 바꿔 규제 완화해야

토론자들은 규제 완화 지연의 원인으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직격했다. 과기정통부와 방미통위의 기금 관련 업무가 통합부처로 개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 속도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다.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당기순이익이나 순손실 규모에 따라 방발기금 징수율을 최대 3분의 1까지 감경받는 손익 연동 장치가 있지만, SO에는 이러한 장치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SO의 방발기금 부담을 낮추는 것은 법이나 시행령을 바꿀 필요도 없이 고시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며 “올해 고시를 개정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누구 눈치를 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시뮬레이션 결과 직접 지원보다 내야 할 기금을 감면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기금 감면 규모는 연간 약 80억원 수준으로, 전체 방발기금(약 1500억원)의 5%에 불과해 정부 재정에도 영향이 미미하다. 지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납부 부담을 줄여 최소한의 투자 여력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정상 에이스페어 추진위원장도 “시대가 바뀌었으면 규제의 기준도 OTT에 맞춰져야지 레거시 미디어 기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모법을 바꾸지 않고 시행령과 고시만 손봐도 유료방송 시장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만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지역 미디어 안전망 무너지면 ‘미디어 취약계층’ 직격타

전문가들은 케이블TV의 위기를 방치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미디어 취약계층과 지역사회로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종관 위원은 “케이블TV가 고사해 저가형 서비스가 사라지면, 이를 이용하던 15%의 미디어 취약계층은 지금보다 3배 이상 높은 방송 이용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양한열 오픈미디어정책연구소 소장도 “지역 재난방송을 케이블TV만큼 실시간으로 밀착 전달할 수 있는 매체는 없다”며 “최소한의 이용자 보호를 제외한 플랫폼 규제는 제로 수준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소멸 대응 기금과의 연계 등 차별화된 정책 대안도 제시됐다.

홍종윤 서울대 교수는 “지자체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지역소멸 대응 기금을 지역 미디어 살리기에 투입해야 한다”며 “케이블TV의 지역 채널을 활용해 지역 콘텐츠를 제작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 미디어 인프라를 유지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한오 SO협의회장(금강방송 대표)은 “케이블TV가 마주한 현실은 개별 플랫폼의 단순한 어려움 호소를 넘어섰다”며 “전국 3분의 1의 방송 접근권을 지켜온 케이블TV의 공적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방미통위의 숙원인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 신설 법안이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방미통진흥원 신설 법안은 방미통위 산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시청자미디어재단,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을 통폐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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