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중국 안에 있지만, 중국 본토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선전의 제조·R&D 인력과 맞닿아 있고, 도시 안에서는 자본과 정보가 비교적 자유롭게 오간다. 금융 허브로 쌓아온 자본시장 인프라에 사이버포트, 홍콩사이언스파크, 홍콩-선전 혁신기술원 같은 기술 거점을 붙이면서, 홍콩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의 실질 거점이 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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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투자청은 홍콩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투자유치 기관이다. 홍콩특별행정구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기 위해 2000년 설립해 올해로 26년째 해외 기업의 법인 설립과 현지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홍콩에 지사나 사무소를 내고, 인력을 보내거나 현지 채용을 시작할 때 필요한 시장 정보와 제도 안내, 산업별 네트워크 연결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상담과 자료 제공은 모두 무료다.
선전 인력·홍콩 자본 결합…세제·펀딩도 유인책
홍콩투자청이 최근 한국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대기업은 이미 홍콩에 다수 진출해 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아직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초우 리드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생각할 때 미국을 첫 번째 목적지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회사의 주요 시장이 아시아, 북아시아, 동남아시아라면 홍콩은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이 내세우는 스타트업 인프라는 사이버포트, 홍콩사이언스파크, 홍콩-선전 혁신기술원 세 곳이다. 홍콩섬 남부 포크풀람 텔레그래프베이에 자리 잡은 사이버포트는 핀테크와 소프트웨어, 스마트리빙, 웹3 등 디지털 기술 기업이 모인 거점이다. 홍콩 북동부 타이포 팍섹콕 일대에 조성된 홍콩사이언스파크는 바이오테크와 로보틱스, 전자, 그린테크,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포괄한다.
최근 새로 내세우는 거점은 홍콩-선전 혁신기술원이다. 홍콩 북부 메트로폴리스 록마차우 지역에 조성 중인 이 단지는 본토 선전시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전체 부지는 약 87헥타르(약 26만3200평)로, 홍콩사이언스파크의 약 4배 규모다. 현재 3개 건물이 우선 완공돼 입주 기업을 받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10년 이상에 걸쳐 67개 건물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초우 리드는 “사이버포트와 홍콩사이언스파크는 모두 20년 이상 운영된 성숙한 생태계”라며 “다국적 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함께 입주해 있어 스타트업이 대기업이나 잠재 고객사와 빠르게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했다. 이어 “홍콩-선전 혁신기술원은 중국 본토와 홍콩을 오갈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장점”이라며 “선전에는 우수한 R&D 인력이 많고 상대적으로 거주 비용도 낮다. 홍콩은 정보 접근과 자본 이동이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홍콩이 제시하는 경쟁력은 입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실제 법인을 세우고 사업을 운영할 때의 비용 부담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대표적인 장치가 단순한 세제다. 홍콩에 법인을 세운 해외 기업은 첫 이익 200만홍콩달러(약 3억6000만원)까지는 법인세 8.25%, 초과분에는 16.5%가 적용된다. 부가가치세와 자본이득세, 배당세, 투자 원천징수세도 없다. 매출보다 비용이 먼저 커지는 초기 기업에는 세금 구조가 복잡하지 않다는 점도 부담을 줄이는 요인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초기 단계부터 2억 지원...“한국 국기 더 많이 보였으면”
홍콩투자청의 스타트업 지원은 단순한 사무실 제공이 아니라 단계별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기업은 아이디어 검증, 시장 탐색, 기술 개발, 사업화 단계에 맞춰 사이버포트나 홍콩사이언스파크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다. 선정되면 사무공간과 멘토링, 연구시설 접근, 고객사·투자자 네트워크, 일부 금전 지원을 함께 받는 구조다.
초우 리드는 “무료 사무공간은 최소한의 지원”이라며 “스타트업이 더 크게 보는 가치는 잠재 고객, 파트너, 투자자와 연결되는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사이버포트와 홍콩사이언스파크에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입주해 있다. 초기 기업이 대기업 고객사나 현지 파트너, 투자자를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이다. 투자청은 직접 투자자를 일대일로 소개하기보다, 기업이 현지 생태계 안에서 투자자와 고객사를 만날 수 있도록 네트워킹 행사와 기관 연결을 지원한다. 금융권 고객을 겨냥하는 핀테크 기업에는 홍콩의 은행·자산운용·보험 네트워크도 접점이 될 수 있다.
초기 기업을 위한 진입 경로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홍콩 시장에서 사업성을 먼저 시험하려는 기업은 아이디에이션·소프트랜딩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1년간 최대 10만홍콩달러(약 1800만원)의 시드 자금을 지원하고, 1년 동안 원격 멘토링과 시장 탐색을 지원해준다. 아이디어 단계의 지원을 받는 기업은 반드시 홍콩에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
이후 본격적인 인큐베이션 단계 지원을 받는 기업은 홍콩 법인 운영, 사무실 입주, 주재원 파견 또는 현지 채용 등이 필수다. 일반 스타트업 대상인 3년짜리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에는 기술 개발과 사업화 비용으로 최대 129만홍콩달러(약 2억3000만원)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바이오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4년짜리 인큐바이오 프로그램은 연구개발(R&D) 비용과 임상시험 등 규제 대응 비용을 포함해 최대 600만홍콩달러(약 10억8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초우 리드는 “한국 기업이 홍콩에 사무소를 세우면 그때부터는 홍콩 기업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 기업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지원을 받게 된다”며 “기업이 홍콩 정착을 결정하면 취업비자와 사무실, 주거, 자녀 교육까지 안내하고, 홍콩을 처음 접하는 기업에는 전문기관과 대학, 잠재 파트너를 연결해 준다”고 했다.
다만 한국 스타트업의 참여는 아직 제한적인 모습이다. 한국 대기업과 규모가 있는 일반 기업들의 홍콩 진출은 적지 않은 숫자지만, 인큐베이션 단계부터 관심을 보이는 스타트업 수는 아직 다른 국가보다도 비교적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킨더 추 홍콩투자청 스타트업팀 담당은 “홍콩은 국제도시인 만큼 더 다양한 지역의 창업자를 유치하려 한다”라며 “지난해 기준 홍콩에는 5221개의 스타트업이 있고, 이 중 33%는 해외 출신 창업자가 세운 기업”말했다. 이어 “외국인 창업자는 중국 외에도 미국, 영국이 뒤를 잇고 있는데 이제는 해외 창업자 출신 국가 목록에 한국 국기가 더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