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청소노동자 살해' 70대 중국동포, 징역 25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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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10.01 20:46:11

물 요구 거절에 급소 15회 이상 찔러 살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명령 함께 확정
"잔혹한 범행, 연령 고려해도 형 부당하지 않아"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서울 숭례문 지하보도에서 환경미화원을 살해한 70대 중국인에 대해 징역 25년형이 확정됐다.

새벽 시간대 서울 도심에서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70대 남성 A씨가 지난해 8월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리모(70대·중국 국적)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의 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징역 25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 명령이 최종 확정됐다.

리씨는 2024년 8월 2일 새벽 4시 41분께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청소 업무 중이던 피해자(여·63)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리씨는 평소 노숙하던 지하보도에서 청소를 시작한 피해자에게 다가가 물을 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며 돌아서자 리씨는 피해자의 팔을 붙잡았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다”고 말하자 리씨는 평소 소지하고 있던 가위로 범행을 저질렀다.

리씨는 총 15회 이상 피해자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흉강출혈, 폐 자창 등 다발성 자창이었다.

1심은 리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며 “살인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로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의 동기와 경위, 잔혹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제하던 피해자가 결별을 요구하고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화를 참지 못하고 수차례에 걸쳐 가위로 피해자를 무참히 찔러 살해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며 뉘우친다고 주장하나,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범행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진정어린 미안함을 가지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소 극단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고,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 및 일정한 주거, 직업이 없고 유대감 있는 지인도 없어 재범을 억지할 보호·감독이나 통제 가능한 유대관계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심에서 살인의 고의를 부인했다가 당심에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태도 변화를 원심의 형이 결과적으로 과중하다고 볼 정도로 중요한 사정변경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검사가 양형부당의 사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이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나이, 건강상태, 성행과 환경,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결과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다시 한번 불복하고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리씨는 1996년부터 국내에 체류하다 2022년 3월부터 불법체류 상태였다. 2023년 5월부터 숭례문 지하보도에서 노숙 생활을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부터는 서울 용산구의 여인숙에서 생활하며 지하보도에서 노숙을 병행했다. 피해자와는 2023년 5월 지하보도에서 알게 됐고, 피해자가 주변 노숙인들에게 식사비를 제공하는 것을 계기로 교제하게 됐다. 그러나 2024년 5월 피해자로부터 일정한 직업을 가지지 않는 한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말을 들은 후 관계가 악화됐다.

피해자의 유족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고, 피고인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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