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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봉쇄에 이란 경제는 '붕괴 직전'…협상 압박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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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5.28 16:34:27

석유 수출 막히고 실업자·생필품 가격 ↑
외화보유고 석달치뿐…"버틸 여력 없어"
페제시키안 "진짜 전쟁은 경제 분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오늘 산 것을 내일 얼마에 사게 될지, 그게 모두의 걱정입니다.”

이란 테헤란에 사는 38세 예술가 A씨는 요즘 장을 볼 때마다 불안하다. 수개월간의 인터넷 차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그는 지난 3월 45만 토만(이란의 일상 화폐 단위, 1토만=10리알, 약 5100원)에 샀던 리반 치즈 약 450그램이 이제 80만 토만으로 뛰었다고 했다. 두 달이 채 안 되는 사이 78% 가까이 오른 것이다.

같은 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테헤란 상공회의소에서 “진짜 전쟁은 경제 분야에 있다. 경제가 실패하면 나라가 실패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북부 거리에서 한 여성이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AP)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이란 경제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석유 수출이 막히고 1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가운데, 쌀·육류·빵 등 생활 필수품 가격마저 급등하면서 이란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놓고 워싱턴과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화보유고 3개월치…“민족주의도 한계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봉쇄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사실상 차단했다. 저장 공간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유전 가동 자체를 중단해야 할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란 관리들은 국민에게 연료·전력·물 절약을 촉구하고 있는데, 경제적 압박이 석유 터미널과 공장을 넘어 일상생활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란 통화(리알)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란의 실제 사용 가능한 외화 보유고가 전쟁 전 월평균 수입 대금 기준 3개월치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했다. 석유 수출이 계속 차단된다면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한 이란 정부 관리는 WSJ에 “전쟁 초기에는 석유 수출과 기본 물자 수입이 이어지면서 경제가 버텼지만, 워싱턴이 이란 터미널 출입 선박을 막기 시작한 뒤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민족주의도 어느 기간까지만 통한다”며 무기한 전쟁을 지속할 여력이 없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협상력은 여전…“고통을 바깥으로 전가”

다만 이란이 협상에서 완전히 수세에 몰린 것은 아니다. 이란은 전투 재개 시 미국과 역내 경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상당한 비용을 부과할 수 있음을 보여 왔으며, 이는 워싱턴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합의를 서두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제 전문 싱크탱크 부르스앤드바자르 재단의 에스판디야르 바트망겔리지 대표는 “경제적 고통은 더 심각해졌지만, 이란은 전쟁 과정에서 그 고통을 외부로 전가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전쟁이 장기화하면 이란이 회복하기 매우 어려운 더욱 부정적인 경제 궤도로 진입할 것”이라며 “이란이 협상에 나설 유인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목표는 이란 항구 봉쇄를 완화하거나 종료하는 대가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도록 하는 1단계 합의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다. 이 합의가 성사되면 제재 완화, 이란 핵 프로그램 등 더 복잡한 문제를 다룰 최종 협상으로 이어갈 시간을 벌 수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이 묘사된 반미(反美) 광고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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