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4% 내려 일본 니케이225(-3.06%), 대만 가권(-2.20%) 지수 대비 낙폭이 두드러졌다.
미국과 유럽 주요 지수는 지난주 장중에 중동 리스크를 일부 선반영했고, 일본·대만 증시 역시 전날부터 단계적으로 조정을 거쳤다. 반면 국내 증시는 연휴를 끼고 누적된 불안을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갭 다운’ 형태로 반영하며 패닉성 매도가 쏟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증시는 지난해부터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IT·반도체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롱 포지션이 집중된 시장으로 꼽혀왔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차익 실현 압력이 글로벌 주요국 대비 더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회피에 나설 때 한국 시장이 ‘우선 매도’ 대상이 되는 구조적 요인도 낙폭을 키웠다. 국내 증시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통한 인덱스 헷지가 용이해 글로벌 자금이 리스크 확대 국면에서 베타(시장 전체 변동성) 노출을 줄이기 위한 매물을 집중적으로 쏟아내기 쉬운 시장으로 꼽힌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1460억원을 팔아치우며 올들어 누적 26조192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과 대만의 어제오늘 하락폭을 하루 중 반영한 데다, 그간 상승폭이 컸던 만큼 차익매도 압박도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지정학 불안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증시에 특히 불리하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에 더 불리한 지점은 이번 충격이 ‘아시아 집중형’이란 점”이라며 “2024년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의 84%, 액화천연가스(LNG)의 83%가 아시아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 초반에는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국내 투자자들이 이란 사태가 빠르게 종결될 것이란 기대를 가졌지만, 장중에는 조기 종결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기관이 매도세로 돌아섰다”며 “개인투자자가 홀로 시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수급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증시는 업종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수혜 기대감으로 방산·정유·해운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한 반면, 반도체·항공주는 직격탄을 맞았다.
방산주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9.83%), 한화시스템(272210)(+29.14%), LIG넥스원(079550)(+29.86%)이 상한가에 가까운 폭등세를 기록했다. 유가 급등 수혜가 기대되는 S-Oil(010950)은 28.45% 뛰었고, 호르무즈 리스크에 따른 해운 운임 상승 기대감을 업은 HMM(011200)도 14.75%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005930)(-9.88%)와 SK하이닉스(000660)(-11.50%)는 AI·반도체 랠리 과정에서 쌓인 롱 포지션이 이날 집중적으로 청산되며 급락했다. 항공주 역시 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부담 우려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과거 전쟁·위기 때도 3개월이면 회복”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중동발 유가 상승이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재현이라기보다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시적으로 확대되는 단계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걸프전(1990년), 이라크전(200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2014·2022년) 등 주요 지정학 이벤트 당시에도 초기 1~2주 동안은 유가와 변동성이 급등하며 증시가 급락했지만, 실제 전면전 확전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단기에 상당 부분 낙폭을 만회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유사한 지정학적 우려 사례와 비교했을 때 유가는 평균 3~4개월 동안 상승하는 반면, 주식시장 변동성은 1개월 정도 후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을 ‘이벤트성 리스크 오프의 극단값’에 가깝다고 진단하면서도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급과 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된 만큼 단기 1~2주 동안은 중동발 뉴스에 따라 장중 급등락이 반복되는 ‘뉴스 장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에 증권가는 추가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보다는 구간별로 분할 매수와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섹터별로는 중동 긴장 장기화와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방산·에너지 업종, 가격 전가력이 높은 필수소비 업종 등이 상대적 방어주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