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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법협은 사법시험 제도가 과거 수만 명의 ‘고시 낭인’을 양산하고 국가적 인적 자원을 낭비하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열화된 기수 문화와 전관예우 등의 문제를 남긴 채 2017년 폐지된 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려 12년에 걸친 치열한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 결단을 통해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흔들고 이미 완결된 입법적 결단을 번복하려는 시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스스로 허무는 행위”라며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대원칙을 무너뜨리고 다시 시험을 통한 선발로 회귀하는 건 퇴행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로스쿨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법협에 따르면 사법시험 마지막 10년간 대졸 미만 합격자는 5명에 불과했지만, 로스쿨 도입 이후 9년간 변호사시험 합격자 가운데 학점은행제와 방송통신대 출신은 53명에 달했다. 전체 로스쿨 학생의 약 70%가 장학금을 받고 있고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위한 특별전형도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법협은 로스쿨 제도를 13년 만에 폐지한 독일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독일의 변호사 시험은 절대평가로 70~80%의 합격률을 보장하는 공교육 기반의 자격시험”이라고 맞섰다.
이어 “독일을 비롯한 서구권은 애초에 일본이나 한국식의 기형적인 고시 선발 제도를 운영한 바가 없다”며 “1800년대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행정편의주의적 산물인 고시 제도를 맹신하는 구태의연한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병행하는 ‘투트랙’ 제도에 대해서도 “공직 사법관을 별도로 선발하는 ‘신사법시험’이나 예비시험 도입 주장은 제도의 혼란만을 초래할 뿐”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경우 예비시험 제도 도입 이후 명문대 학생들이 대학 교육 대신 시험 준비에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점도 사례로 제시했다.
한법협은 “국가 정책을 신뢰해 로스쿨을 거쳐 법조인이 된 약 2만 3000명의 변호사와 학업에 매진하는 6000여 명의 재학생들의 신뢰는 보호돼야 한다”며 정치권과 정부에 사법시험 부활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법조인 양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법조계와 재학생이 참여하는 충분한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AI 시대에 맞는 법조 인력 수급 구조 개혁과 공교육 혁신 등 본질적인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작년 6월 광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로스쿨을 나온 사람만 변호사가 될 수 있는데 금수저인 사람만 그 로스쿨을 다닐 수 있다’는 한 참석자의 지적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화답한 바 있다.
전날(11일) 한 언론은 청와대가 로스쿨 제도와 별도로 사법시험으로 연간 50∼150명의 법조인을 뽑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 같은 계획을 조만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관련 논란이 재점화될 양상을 보이자 청와대는 곧장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로스쿨을 제외한 전국 법학교육기관 교수 및 연구자들의 단체인 대한법학교수회는 이날 사법시험 부활과 법조인 선발제도 개편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시험 부활 검토를 지시한 만큼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로스쿨 중심의 단일한 법조인 양성 체계를 개편하고 공직 사법관 선발과 변호사 자격시험을 분리하는 ‘신사법시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