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설비 줄이고 수소환원제철 전폭 지원…철강업계 '기대감'

김은경 기자I 2025.11.04 16:35:10

공급과잉 품목 설비 감축 정부 지원
美·EU 관세 ‘총력 대응’…협상 지속
고부가 강재 개발·저탄소 전환 속도
“투자비·인프라·지역충격 완화 관건”

[이데일리 김은경 김형욱 기자] 정부가 위기인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해 산업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공급 과잉 품목에 대한 설비 감축, 고관세 등 통상 대응, 고부가·저탄소 전환 지원이 핵심이다. ‘산업의 쌀’이자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인 철강산업이 겹악재로 큰 타격을 받자 생존력 확보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긴급 처방전을 내린 것이다.

철강업계에선 정부 정책의 큰 방향성에 공감하며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제도 이행 속도와 투자 부담 완화 대책이 철강업계 구조 개편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제철 후판 제품.(사진=현대제철)
범용 제품 한계…고부가 키워 경쟁력 강화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의 골자는 품목별 경쟁력과 시장 구조에 따라 설비 조정 강도를 달리하는 것이다. 형강·강관 등 공급과잉이 심화한 품목은 기업이 설비 감축에 나설 경우 고용 유지 등을 조건으로 정부가 지원을 연계한다. 철근과 같이 시장 자율 조정이 어려운 품목은 ‘기업 활력법’과 세제 인센티브를 활용해 사업재편을 유도한다. 열연·냉연·아연도금강판 등 수입재 침투율이 높은 품목은 수입 대응을 우선한 뒤 구조조정 속도를 조절하고, 전기강판·특수강 등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되는 고부가 제품군은 선제 투자 확대를 독려한다.

정부는 수요 둔화와 글로벌 공급과잉 속에서 범용 중심 구조의 가격 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철강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 특성상 설비·인력·원가 구조가 경직돼 있어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현 상황에선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과거에는 봉형강 중심의 저가 수출로 경쟁력이 유지됐으나, 저가 공급이 판재류까지 번지면서 경쟁 품목이 넓어졌고 가격 우위를 잃게 됐다.

실제 글로벌 조강 생산능력은 2021년 4억7000만톤(t)에서 올해 5억9000만t 수준으로 증가하며 공급과잉 현상이 구조화됐다. 여기에 건설 등 국내 주요 수요 산업 성장세 둔화가 겹치며 내수 기반도 약화했다. 철강 수입재 침투율은 2021년 26%에서 지난해 31%로 늘어 국내 시장 잠식이 뚜렷하다. 그 결과 수출 감소·수입 증가·내수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삼중고’가 현실화했다. 올해 3분기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정부는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탄소강 분야에 2030년까지 2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공공 인프라·조달 사업에서 국산 우수 철강재 우선 적용 원칙도 반영한다. 고부가 핵심 제품군의 내수 기반을 확보해 투자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수출 환경 악화에 대한 대응책도 병행한다. 미국의 철강 50% 고율 관세와 유럽연합(EU)의 저율관세할당(TRQ) 도입 검토 등 수출길이 좁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4000억원 규모 철강 수출공급망 강화 보증상품과 1500억원 규모 철강·비철 파생상품 이차보전 사업을 신설해 수출기업의 가격·환율 리스크를 완화한다. 업계는 원재료·운임·환율 변동성이 함께 커진 최근 상황에서 수출 기업의 운영 자금 확보와 재고 위험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본격 추진…특수강 투자 지원

저탄소 공정 전환도 본격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 6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81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을 본격화해 상용화 기반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수소환원제철은 용광로 기반 제철 공정을 수소 기반으로 전환해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전기로 확대에 대비한 철스크랩 안정 수급 방안도 마련한다.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은 약 80~90% 수준으로 전기로 비중이 커질수록 수입물량 증가·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는 기후부와 함께 ‘철스크랩 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지역경제 충격 최소화 방안도 포함됐다. 철근·형강 등은 제조 인력·물류·지역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설비 감축 시 곧바로 지역 일자리와 소비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 고용 유지 지원, 전환 교육 프로그램, 협력업체 연계 상생 시스템 등을 병행해 완충장치를 선제적으로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이번 방안에 대해 철강 산업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대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친환경 설비 전환에는 대규모 투자 비용과 수소·전력 인프라 확보, 지역경제 충격 관리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서는 그린수소 생산·운송 인프라 확보, 공정 전환에 따른 설비 투자비 분담 구조가 구체화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통해 산업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고 본다”며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구조 재편에 정부를 비롯한 철강사, 철강협회 등의 역량을 집중하고 함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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