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벤처 세컨더리로 눈 돌린 월가…M&A 러시 본격화

김연지 기자I 2025.11.25 17:40:02

세컨더리 플랫폼 잇달아 인수나선 월가 투자은행들
프라이빗 웰스 상품에 세컨더리 연계해 주도권 확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찰스슈왑 세컨더리 플랫폼 인수
"세컨더리, 탈출구 아닌 대체투자의 새로운 축"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세컨더리(secondary·사모펀드나 벤처펀드의 출자 지분 혹은 보유 자산을 제 3자에게 되파는 거래) 시장이 월스트리트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IPO를 비롯한 엑시트가 사실상 멈추면서 스타트업 지분을 유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플랫폼들의 가치가 빠르게 부각되면서다. 이에 월가 투자은행들은 이 흐름에 맞춰 관련 플랫폼을 잇달아 인수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 모습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찰스슈왑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최근 몇 주 사이 세컨더리 전문 운용사를 속속 인수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골드만삭스다. 회사는 미국의 세컨더리 전문 운용사인 인더스트리벤처스를 6억6500만달러(약 9796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거래에는 골드만삭스가 인더스트리벤처스의 향후 실적에 따라 최대 3억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언아웃(Earn-out) 조건도 포함됐다. 이 밖에 모건스탠리는 세컨더리 거래 마켓플레이스인 에쿼티젠을 인수했고, 찰스 슈왑도 상장 세컨더리 플랫폼인 포지글로벌을 품었다.

이들이 세컨더리 플랫폼을 잇달아 인수하는 이유로는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VC 투자상품 판매가 꼽힌다. 쉽게 말해 비상장 스타트업 지분은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세컨더리 플랫폼을 확보하면 거래 이력과 밸류에이션 등 핵심 데이터를 은행이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특정 비상장 기업을 겨냥한 투자 구조를 설계해 고액자산가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세컨더리 시장은 이미 규모 면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체투자 내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미국 VC 세컨더리 거래 규모는 94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VC 엑시트 가운데 세컨더리 비중은 37.8%에 달했다. 누적 유니콘 기업가치 가운데 세컨더리 비중은 2.6%에 그쳤지만, IPO와 M&A 회복이 더딘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 확대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월가의 이러한 세컨더리 플랫폼 인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IPO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시장 전반의 유동성 갈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치북은 "세컨더리는 스타트업이 IPO나 M&A에 실패했을 때 들어가는 탈출구 정도로 인식돼 있지만, 거대 운용사와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앞으로는 하나의 전략적 투자 축으로 제도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통 은행의 약점은 VC 전문성과 딜 소싱 능력이었는데, 이번 인수는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한 최단 경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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