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전·한수원 ‘집안싸움’ 국내중재 권고…해법은 여전히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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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우 기자I 2026.02.27 11:44:04

런던국제중재→대한상사중재원 이관
한전-한수원 정기협의체로 합의유도
공운법·배임 리스크에 정부개입 한계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공사 간 국제중재 분쟁을 국내로 돌리도록 권고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다만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친 데다 구조적 쟁점이 여전해 근본적인 해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부는 27일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제기한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이관하도록 두 기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중재기관을 변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기 협의체를 가동해 양측이 근본적인 합의 방안을 지속 논의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행 여부는 각 기관 이사회 의결 등 내부 절차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한수원은 작년 5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공기 연장 및 추가 역무 수행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한전을 상대로 LCIA에 중재를 신청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는 공공기관 간 분쟁으로 과도한 소송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해외 중재 과정에서 원전 관련 민감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중재를 국내로 이관할 경우 비용 부담 경감과 절차 단축, 기술 유출 우려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산업부는 권고에 앞서 제29차 적극행정위원회를 열어 법적 리스크와 쟁점을 사전 검토한 뒤 최종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런던 중재를 국내로 이관하면 절차가 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고, 협의체를 통해 합의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기간을 줄일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정확한 절감 규모를 사전에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공공기관의 자율경영을 보장한 공공기관운영법 체계상 정부가 직접 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분쟁 내용이 정산 및 비용 문제와 맞물려 있는 만큼, 자칫 합의 과정에서 각 기관의 기대이익이 줄어들 경우 배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해외 중재를 국내 테이블로 옮기는 관리 조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과 한수원의 이원화된 원전 수출 체계, 수주와 정산 단계에서 반복되는 역할 충돌 등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유사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자율경영 원칙상 정부가 직접 지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권고는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분쟁 장기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근본적인 체계 개편 문제는 별도의 논의를 통해 풀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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