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2000억달러 8~10년 분할투자 가닥…타결은 ‘산 너머 산’

김형욱 기자I 2025.10.23 18:23:46

분할해도 연 200억~250억달러 부담
투자 거버넌스 문제도 여전히 남아
4년임기내 최대 치적 바라는 트럼프
韓 수정요구안 받아들일지도 미지수
전문가 “정상회담 타결 어려울 수도”

[이데일리 김형욱 정두리 기자] 한미가 관세협상 타결을 위해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투자 중 약 2000억달러를 8~10년간 분할해 직접 투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문가들은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합의에 이를지는 여전히 불투명할 것으로 봤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한미 관세협상에 대한 장기전 가능성을 시사하며 최종 합의 시점은 좀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분할 투자라고 해도 연 200억~250억달러에 이르는 만만찮은 액수인 만큼 한국에 적잖은 부담이 뒤따르는데다, 4년 임기 내 최대한의 치적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분할 투자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2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난 뒤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3일 정치·외교가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이뤄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정상회담 전 마지막 대면 협상에서 한미 관세 합의문과 관련한 최종 조율에 나섰다. 김 실장은 만남 직후 기자들에게 “남은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일부 진전이 있었다”며 “(쟁점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 양측은 지난 7월 말 합의한 3500억달러 대미투자 중 2000억달러를 분할 방식으로 직접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달러를 신용 보증 등 간접 투자 방식으로 돌리는 방안에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100% 직접투자를 요구해 온 미국과 5~10% 수준의 직접투자 비중을 고수했던 한국이 일부 타협에 이른 것이다.

한국은 여기에 더해 투자결정권과 투자배분 확대 요구 등을 전달한 후 미국 측의 회신을 기다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직접투자와 대출, 보증 등이 균형 있게 포함된 투자 패키지 협상에 주력하는 중”이라며 “핵심은 자금 조달 방식의 균형”이라고 말했다.

2000억달러를 8~10년에 걸쳐 연 200억~250억달러씩 분할 납부하는 방식 역시 한국에는 부담인 상황이나 그래도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와 미국 내 수익 재투자 등을 고려했다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앞서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1년 새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규모는 150억~200억달러 사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분할 투자 내용을 수락할지에 대한 회의적 전망도 뒤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4년 임기 내 최대한의 치적을 바라고 있는데 그 기한을 넘어선 한국 측 분할투자를 수락하겠느냐는 것이다.

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하는데 현재 논의되는 안 대로라면 최대 3년 750억달러 수준이고 트럼프가 성과를 홍보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라며 “혹은 이를 수락하는 조건으로 우리 측에 또 다른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지금까지 일본, 유럽연합(EU)과 합의해 온 내용을 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까지의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노리고 있다”며 “어차피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리는 것이기에 한미 정상회담까지 불확실성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투자의 책임과 역할 배분, 손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남아 있기에 (정상회담에 맞춰) 협상을 타결하는 게 유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오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을 기회로 삼되 타결 시점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실장은 “(APEC 정상회의가) 우리에겐 중요한 계기이지만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건 아니다”라며 “끝날 때까지 끝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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