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에 불만이면 연락하라"…美CIA, 中인민군 포섭 영상 공개

방성훈 기자I 2026.02.13 15:14:42

정보원 모집 ''미래를 구하라'' 유튜브 영상 공유
시진핑 등 지도부에 불만 품은 가상 장교 등장
"딸 미래 생각해야"…개인적 불신·불안감 자극
"숙청 위기 軍장교 타깃…작년 영상들 큰 효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군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숙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좌절감을 느낀 인민군 장교들을 포섭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CIA는 이날 유튜브 및 엑스(X·옛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미래를 구하라’라는 중국어 제목과 함께 정보원 모집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5월 ‘더 나은 삶’을 내걸어 정보원 모집에 나선지 9개월 만이다.

중국어로 제작된 영상엔 낙담한 중견 인민군 가상 장교가 등장해 내레이션으로 “우리 당 지도자들이 관심을 갖는 유일한 것은 자기 주머니뿐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명백해졌다. 그들의 권력은 거짓 위에 세워졌다. 하지만 그 벽들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고, 우리는 그들이 남긴 뒷수습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리를 이끌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돼 가차 없이 제거된다”고 한탄한다.

영상은 대규모 숙청에 불만·환멸·실망·좌절 등을 느끼고 있는 중국 고위 장성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실제 영상 속 가상 장교는 “내 딸의 미래에 그들의 광기가 들어오는 것만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다짐한다.

CIA 관계자는 “작년에 공개한 영상들은 수백만명이 봤고 새 정보원 확보에 자극을 줬다. 만약 효과가 없었다면 이번에 또다시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력감을 느끼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할 가능성이 있는 군 장교들이 주요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상은 지난달 24일 중국 국방부가 장유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연합참모부 참모장)의 체포 사실을 알린지 2주 만에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당시 국방부는 부패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직무 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실제론 해임과 동시에 축출당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CIA는 영상과 함께 올린 게시글에서 “중국의 진실을 파악하고자 한다. 관련 지식을 갖추고 기꺼이 정보를 공유해 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찾고 있다. 우리와 소통하고자 하는 이들을 소중히 여기며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CIA는 지난해 5월에도 ‘왜 내가 CIA에 연락했는가,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기 위해’, ‘왜 내가 CIA에 연락했는가, 더 낳은 삶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두 개의 영상을 공유한 바 있다. 이들 영상 역시 인민군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제작됐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미·중 긴장이 한껏 고조된 상황이었다. 두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1500만~2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정보원 모집과 별도로 지난달엔 CIA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해 최신 정보가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은 무려 6200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중국은 자국민들의 유튜브 및 서방 SNS 접속을 차단하고 있지만, 가상사설망(VPN) 등을 이용해 우회 시청이 가능하다.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은 “지난해 우리의 중국어 영상 캠페인은 많은 중국 국민들에게 도달했으며, 삶의 질을 높이고 나라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중국 정부 관계자와 시민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주미 대사관은 “중국의 국가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자 뚜렷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이 조치를 강력 규탄하며, 해외 반중 세력의 침투와 파괴 활동에 대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응하고 국가의 주권·안보·발전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CIA가 정보원 모집·포섭 영상을 잇따라 올리는 이유는 중국 내 인적 정보 네트워크를 재건하기 위해서다. 약 15년 전 CIA의 중국 내 통신 시스템 노출로 중국 국가안전부(MSS)는 현지 정보원 수십명을 처형·체포한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CIA의 인민군 내 스파이 네트워크도 대부분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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