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U-T 산하 정보보호연구반(SG17)은 지난 11일 저녁 8시부터 12일 새벽 1시까지(한국시간 기준) `디지털 예방 접종 증명서`에 대한 온라인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은 SG17 의장을 맡고 있는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가 제안해 시작된 것으로, 백신여권이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표준화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워크숍에는 한국을 포함해 유럽,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20개 이상의 주요국이 참여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함께 코로나19 관련 디지털 백신 증명서에 대해 논의했다.
디지털 백신 증명서는 현재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공개키(PKI) 기반 방식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뉴욕주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DID 방식이 있다. PKI 기반 방식은 부정사용 등 보안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유럽 이외 지역으로의 확장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DID는 위변조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다른 앱과 연동을 통한 글로벌 확장이 가능하다.
이런 DID 기술을 이용한 한국 질병관리청의 `쿠브` 앱은 워크숍에서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염 교수는 “패널토론에서 한국이 신속하게 호환성 높은 서비스를 내놓은 것을 인상깊게 봤다며 이게 하나의 방향성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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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DID 기술 수준은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평가된다. 박근덕 서울외대 교수는 “국제 웹 표준화 기구인 W3C의 표준을 활용해 DID 기술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쏟으면서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이 많이 올라왔다. DID 기술을 활용한 사례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며 “ITU를 중심으로 한국이 국제 표준도 주도하고 있어 DID 만큼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봐도 된다”고 진단했다.
연내 SK텔레콤을 비롯해 라온시큐어, 이이콘루프, 코인플러그의 DID 플랫폼을 연동한 백신 증명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인데, 해외 연동을 위한 참고 사례가 될 정도로 기술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주요국들은 모두 DID 방식의 백신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것에 합의했다. 국가 간에 서로 연동하기 위해 DID 방식의 국제 표준화를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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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교수는 “ITU에서 DID 방식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ITU-T 산하 SG16(멀티미디어), SG17(보안) SG20(IoT) 등 3개 연구반이 DID 방식의 표준화를 위한 공통 작업반을 만들어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표준이 마련되고, 각 국가에서 DID 방식의 백신 증명서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한국의 쿠브 앱이나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선보일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려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DID 시장에 진출할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염 교수는 “DID가 블록체인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백신여권이 DID 기술이 활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며 “백신여권 성과가 입증되면 DID 기술이 다른 분야로도 다 확산돼 국내 기업들에게 큰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