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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거는 박빙일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싱겁게 끝났다. ‘과반 이상의 투표가 나오면 개표를 중단한다’는 규칙에 따라 시행된 개표에서 오 의원은 일찌감치 재적 24명의 절반인 13표를 획득해 당선을 확정했다. 같은 시점에서 김성식 의원은 6표 획득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 때 손학규 옹립한 안철수계, ‘결별’
정치권 안팎에서는 일부 호남계와 이찬열·임재훈·채이배 의원 등 친(親) 손학규 측을 제외한 안철수·유승민계가 오 의원에게 몰표를 보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안철수계의 몰표가 오 의원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로써 손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사실상 옹립했던 안철수계와 사실상 갈라서게 됐다.
오 의원과 김 의원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가른 것은 ‘현(現) 손학규 체제’ 진퇴 여부다. 오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저와 김 후보와 가장 다른 지점은 ‘현 지도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이라며 “변화의 첫걸음은 현 지도부의 체제전환이다. 손 대표를 찾아 간곡한 충언을 말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손 대표는 지난 4.3 창원 보궐선거 참패 이후 현재까지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평지풍파(平地風波)를 겪으며 당내 대주주인 안철수·유승민계는 등을 돌렸다. 다만 손 대표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공석 상태인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하면서 지도부 정상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당장 첫 번째 일전은 당 정책위의장 선임을 두고 벌어질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임명하게 돼 있다. 통상적으로는 원내대표가 원하는 인물을 점찍고 당대표와의 협의는 요식행위다. 다만 이번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정책위의장이 ‘당연직 최고위원’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전체 최고위원 9명 중 친 손학규 측은 본인을 포함해 주승용·문병호 최고위원 등 3인이다. 손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지명해도 친 손학규 측은 과반에 못 미치는 구조다. 다만 최고위원 한 명이 급한 상황에서 손 대표가 순순히 정책위의장을 오 원내대표에 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비례제명·호남계 + 평화당 = 제3정당
그렇다고 당내 다수를 점한 오 원내대표 측이 손 대표를 끌어내릴 방법도 없다. 임시 전당대회를 여는 방법이 있지만 ‘정치적 위험’이 크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손학규 대 안철수·유승민계’의 분란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손 대표가 물러나든, 아니든 정계개편은 예정돼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손 대표로서는 비례대표 제명카드가 있다. 당무 자체가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손 대표가 채이배·임재훈·박주현·장정숙 등 비례의원을 제명하고, 당내 호남의원(주승용·박주선·김동철·김관영) 등과 민주평화당(14석)이 손을 합쳐 제3지대를 꾸리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제3정당은 교섭단체 기준(20석)을 충족하게 되고 바른미래당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손 대표가 자진 사퇴할 시에는 한국당과의 연대, 합당 등 정계 개편이 예상된다. 앞서 김관영 전 원내대표는 유승민 전 대표를 향해 “기호 2번(자유한국당)으로 총선에 나갈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손학규 지도부는 끊임없이 유승민계를 의심해왔다. 만약 안철수·유승민계가 실제 한국당과 접촉에 들어가면 호남계 지역구 의원들은 평화당 행을 택할 전망이다. 다만 비례의원들을 풀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평화당은 교섭단체 지위를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손학규 체제는 안철수계 마저도 버린 체제”라면서 “당내 뿌리가 없는 상황에서 기댈 데가 없다. 손 대표는 물러날 수밖에 없고,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