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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최근 전국 검찰청을 돌며 검사와 검찰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임용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중수청은 출범과 동시에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와 법왜곡죄 등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다. 전체 정원 2874명 가운데 수사관이 2567명으로 89.3%를 차지한다.
정부 역시 중수청의 성패가 기존 수사역량을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지난 4일 직제·임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중대범죄수사청의 안착과 성공을 위해서는 검찰청의 핵심 수사인력과 수사역량을 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보다 직급이나 처우가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일선 현장의 중대범죄 수사 경험을 갖춘 인력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우선 검사들은 중수청으로 옮길 경우 검사 신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가장 부담스러워 한다. 특정직 공무원인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동하면 일반 수사관으로 신분이 바뀌기 때문이다. 중수청에서는 4급 이상 수사관 직급을 부여받지만 근속연수 등에 따라 경찰 출신 수사관의 지휘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5년차 재경지검의 한 평검사는 “수사를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에 중수청 합류를 고민해본 것은 사실이지만 검사 신분을 포기하면서까지 옮길 만큼의 유인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검사로 쌓아온 경력과 향후 인사·보직 가능성을 내려놓고 신생 조직으로 가야 하는데 중수청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경력은 어떻게 이어질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부장검사는 “10년 넘게 검사 생활을 한 사람들은 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며 “같은 공무원이라도 어느 조직에서 어떤 일을 했느냐에 따라 이후 경력의 무게가 달라지는데 중수청이 5년, 10년 뒤 어떤 위상의 조직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부패·금융·증권 등 인지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입장에서는 기존 경력 체계를 포기할 만큼 중수청행의 유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금 반부패나 금융·증권 수사를 잘하는 검사들은 검찰 안에서도 이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고 향후 보직이나 경력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데 그 사람들이 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불확실한 신생 조직으로 가겠느냐”며 “정작 중수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다른 이유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들만 지원한다면 정원은 채울 수 있어도 검찰의 수사역량을 옮겨 심는다는 당초 취지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격무, 檢출신과 경쟁도 부담”…경차 수사관도 관망 분위기
이같은 분위기는 경찰 내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에서는 반대로 중수청 주요 보직을 검사 출신이 차지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경찰 조직에서 경력을 쌓은 숙련 수사인력이 승진·보직 체계를 포기하고 신생 조직에서 다시 경쟁해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당초 검사나 경찰보다 중수청 이동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검찰 수사관들 사이에서도 관망 움직임이 감지된다.
수사관들 사이에서 가장 큰 부담은 업무 강도다. 중수청은 현재 검찰의 반부패·경제·금융·마약 등 인지수사 기능이 집중된다. 해당 부서는 기존 검찰에서도 장시간 근무와 높은 업무 강도로 대표적인 기피부서로 꼽혀왔다.
중앙지검에 근무 중인 한 수사관은 “지금 검찰에서는 반부패나 금융·증권 등 인지수사 부서에서 일정 기간 일하고 나면 총무나 운영지원 등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은 부서로 옮겨 숨을 돌릴 수 있다”며 “그런데 중수청은 조직 자체가 중대범죄 수사를 하는 곳이다 보니 한 번 옮기면 계속 고강도 수사업무를 해야하는데 수사관 입장에서는 평생 기피부서만 전전하는 셈이 될 수도 있어 선뜻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근무지 문제도 있다. 기존 검찰 수사관은 통상 고등검찰청 관할구역을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져 생활권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반면 중수청은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6개 지방청 체제로 운영된다. 광역시·도를 넘나드는 순환인사가 이뤄질 경우 거주지를 옮겨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순환근무 주기와 관사 제공, 통근 지원 등 구체적인 조건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기피 현상이 단순한 인력 충원 문제를 넘어 중대범죄 수사 전문성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금융범죄는 복잡한 자금 흐름과 회계자료를 분석해야 하고, 부패범죄 역시 대규모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디지털포렌식 등 고도의 수사기법이 요구된다. 관련 사건을 반복해서 다뤄본 검사와 수사관의 경험과 노하우가 수사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단기간 교육이나 신규 인력 충원만으로 기존 수사역량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심사분석실장을 지낸 송명섭 LKB평산 대표변호사(전 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수사역량은 매뉴얼만 넘겨준다고 그대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직접 다뤄온 사람들이 계속 수사하면서 경험을 전수해야 유지된다”며 “수사 기법과 범죄 양상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숙련된 인력조차 1~2년 수사 현장을 떠나 있으면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수청이 출범 초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범죄는 계속 발생하고 고소·고발 사건은 쌓일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조직과 시스템이 안정되더라도 그동안 적체된 사건과 새로 발생하는 사건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만큼 초기 수사 공백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