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는 미리 모셔야"…유통업계, 대학과 협력 '러쉬'

김지우 기자I 2025.10.23 18:09:46

과거 장학금 기부 형태서 전문과목 신설 확대
졸업 후 채용 연계…급변하는 산업 속 실무역량 중요성↑
AI·자동화 등 첨단기술 전문 인재 확보 전략

[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유통업계가 대학 교육기관과의 산학협력을 미래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삼고 있다. AI·빅데이터·물류 자동화 등 한층 고도화된 역량이 요구되면서,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춘 실무형 인재를 대학 교육 단계부터 직접 양성하겠다는 전략이다.

AI가 생성한 산학협력 이미지 (사진=ChatGPT)
2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AI 물류혁신을 위해 전문 인재 양성에 나섰다. 특히 물류 계열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2021년부터 점차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확대해왔다. 현재 전국 10개 이상의 대학과 협력 중이다.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 내 실무중심의 맞춤형 교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정규직 채용 연계 등을 목표로 한다.

특히 지난달 CFS는 영남이공대학교와 산학협력을 통해 AI·로봇·자동화 등 최첨단 기술 인재를 육성하기로 한 데 이어 이달엔 스마트물류 현장 등을 설명하며 채용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CFS는 전국 주요 풀필먼트센터에 무인 운반 로봇, 소팅(분류) 로봇, 디팔레타이징(쌓기) 로봇 등 AI 기반 자동화와 로보틱스 기술 도입을 추진 중이다. 쿠팡은 전국 100개 이상의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상품 종류와 재고·물동량이 점차 증가하면서 수작업 중심의 운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과 오류를 사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아울러 쿠팡은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과 협약을 맺고,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은 전문 인재 확보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통번역 인력은 프리랜서나 계약직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쿠팡은 전문성을 갖춘 통번역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정규직 채용 방식을 택했다. 이는 쿠팡의 글로벌 조직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쿠팡에는 다양한 국적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원활한 사내 소통을 위해 약 250명의 통번역 전담 인력이 상시 근무 중이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최근 서울대학교와 ‘리테일 연계전공’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대학에 처음 신설되는 연계전공이다. 리테일 연계전공은 의류학과·소비자학과·식품영양학과·경영학과·경제학부·농경제사회학부 등 관련 학과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 현장 지식 및 실무 역량까지 결합돼 있다. 여기에 계열사별로 전공 수강생들에게 시장 현황과 미래 트렌드를 조망하는 특강을 제공하고, 학점 연계형 단기 인턴십을 운영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리테일 환경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학부에서부터 실무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현대백화점의 구상이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8월 경희대학교 빅데이터응용학과와 산학협력 협약을 맺었다. 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산학연계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게 골자다.

이처럼 유통기업들이 실무 중심의 맞춤형 교과목 개설, 학생 현장실습 및 인턴십 운영, 정규직 채용 연계 형태로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여러 산업적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에는 갈수록 AI, 빅데이터, 물류자동화, 소비자 행동 분석 등 고도화된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더불어 산업현장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교육기관이 배출하는 인재 역량에 차이가 있다는 인식이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이론 중심 교육만으로는 현장에 바로 투입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기업들이 산학협력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업의 업무환경이나 실무과제를 미리 경험하게 하는 이유다.

더불어 산학협력은 기업의 ESG 경영 중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수단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기부나 장학금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미래 인재 양성’과 ‘실무 중심 교육 참여’를 통해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산학협력은 연구·개발(R&D)에도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대학이 보유한 연구 인프라와 인력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기업은 지원을 통해 연구를 공동수행하며 실무에 적용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외부 인재와 아이디어, 교육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화 속도가 빠른 유통업 특성상, 미래 유통 모델에 맞춘 인재와 조직을 미리 구축하는 것이 기업 생존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산업인데다 갈수록 AI 활용이나 빅데이터 분석 등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단순 지식보다는 실무 적용력, 상황판단력, AI 활용 능력 등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산학협력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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