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자급률 20%의 민낯...식량 안보가 부른 ‘삼겹살의 위기’
폭염과 가뭄으로 촉발된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의 여파는 농축수산물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며 서민 경제의 장바구니를 직격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 농경지에서 수확량이 수백만 톤 단위로 급감하는 상황은 더 이상 먼 대륙의 비극에 머물지 않는다.
사료 대외의존도의 부메랑이 온다. 쌀을 제외한 한국의 실질 곡물 자급률은 약 20%에 머물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돼지와 소를 사육하는 데 필요한 배합사료 원료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주요 농업 수출국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곡물 빗장을 걸어 잠글 경우, 국민 먹거리인 축산물 공급망 전체가 순식간에 붕괴 위험에 노출된다.
통화정책의 무력화와 구조적 인플레도 걱정이다. 특정 생산 부문이 무너지며 나타나는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은 금리를 조정하는 중앙은행의 전통적 금융 처방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주요 곡물의 수입 관세율이 이미 0%에 도달해 완충 장치마저 사라진 만큼, 스마트팜 육성과 기후 적응형 대체 품종 연구, 단백질 소비원 다변화 등 근본적인 공급망 재편이 요구된다.
2100년 ‘대공황급’ 경제 붕괴 시나리오...탈탄소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에 안주하는 국가 경제 구조는 글로벌 무역 질서 속에서 치명적인 리스크로 부상했다. 탄소 배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미봉책은 오히려 국가의 장기적 생산 능력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탄소 감축에 나서지 않을 경우 2100년 국내총생산(GDP)이 정상 성장 경로 대비 21% 급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심지어 미국 학계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복합 기후재난이 현실화될 경우 세기말 한국 GDP의 무려 53%가 소멸할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이는 1929년 미국의 대공황기 배급 체제가 영속화되는 수준의 파멸적 충격이다.
글로벌 바이어들이 재생에너지 전환(RE100)을 납품의 절대 기준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 의존형 제조업은 시장에서 급격히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안전한 고지대’로 쏠리는 자본...가속화되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기후변화는 도시 공간과 부동산 시장의 서열마저 뒤바꾸고 있다. 잦아진 침수와 슈퍼태풍의 공포는 해안가와 저지대의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고, 상대적으로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고지대 주거지의 가치를 밀어 올리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을 심화시키고 있다.
아울러 대형 공원과 조경을 갖춘 고가 주거단지는 도심 열섬 현상을 차단하지만, 녹지가 전무한 저소득 밀집 지역은 기록적 폭염의 열기를 온전히 흡수하며 ‘기후 불평등’의 그늘을 드리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 차이 역시 방재 인프라 격차로 직결된다. 동일한 폭우가 쏟아져도 선제적 방재 정비가 이뤄진 재정자립도 높은 지자체는 피해를 최소화하지만, 재정 여력이 빈약한 취약 지자체는 막대한 수해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중앙정부 차원의 편중 없는 방재 재정 투입이 시급한 이유다.
홍종호 교수는 전력 요금 현실화와 탄소 비용 부담을 회피해서는 미래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당장의 비용 지출을 두려워해 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것은 국가 경제의 안락사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진단이다. 산업 구조의 탈탄소화는 환경 보호의 구호를 넘어, 향후 50년의 국가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가장 시급한 경제적 결단으로 다가와 있다.
‘어쨌든 경제’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이데일리TV와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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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쨌든경제 방송 캡쳐]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진 우측)가 9월 4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 질문을 듣고 있다.](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090124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