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회생 여파… 양사 합병 없던 일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3강 체제 유지
콘텐츠·특별관으로 생존 경쟁 본격화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국내 극장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극장 산업의 돌파구로 꼽혔던 ‘극장 빅딜’이 백지화되면서 양사는 규모의 경제 대신 독자 생존 전략을 선택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극장 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든 만큼 이제는 몸집을 키우기보다 콘텐츠와 공간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 롯데컬쳐웍스(위)와 메가박스 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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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롯데쇼핑 공시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와 콘텐트리중앙은 지난해 체결한 합병 추진 업무협약(MOU)이 지난달 30일 종료됨에 따라 관련 절차를 중단했다. 지난해 5월 영화산업 최대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았던 양사의 통합은 1년여 만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업계에서는 중앙그룹의 재무 위기와 콘텐트리중앙 회생절차 개시가 합병 무산의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협상을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합병이 성사됐다면 국내 멀티플렉스 시장의 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영화관 시장점유율(상영관 수 기준)은 CJ CGV 43.8%, 롯데시네마 29.8%, 메가박스 24.9%다. 단순 합산하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점유율은 54.7%로 CJ CGV를 넘어선다. 전국 스크린과 관객 기반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지만, 합병이 무산되면서 당분간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3강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 | 롯데컬쳐웍스가 자랑하는 음향 특화관 광음시네마.(사진=롯데컬쳐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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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보다 ‘경쟁력’… 생존 키워드는 차별화 다만 업계에서는 합병 무산이 곧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극장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상황에서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규모가 아니라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콘텐츠와 서비스 경쟁력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79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리클라이너 좌석과 ‘광음시네마’ 등 프리미엄 특별관 확대, 최신 영사·음향 시스템 도입 등 관람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자체 지식재산권(IP) 확보와 공연 콘텐츠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뮤지컬 공동 제작과 공연 브랜드 해외 진출 등 극장 밖 수익원 발굴도 병행하고 있다.
 | | 애니메이션 특화관으로 리뉴얼한 메가박스 홍대점 전경.(사진=메가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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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역시 회생절차 이후 사업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지만, 콘텐츠와 관람 환경 차별화 전략도 이어가고 있다. 홍대점을 국내 멀티플렉스 최초의 애니메이션 특화관으로 전환한 데 이어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사운드 특화관 확대에도 나서는 등 차별화된 관람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스크린 수를 늘리기보다 콘텐츠와 특화관을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 무산을 계기로 극장업계 경쟁의 기준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화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스크린 수와 시장점유율 등 규모의 경쟁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특별관과 자체 콘텐츠, 공연·이벤트 등 관객 경험을 얼마나 차별화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합병이라는 승부수는 무산됐지만, 이제부터는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생존을 모색하는 ‘각자도생’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