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재생원료 규제 '코앞'…비용부담·공급안정성 우려↑

노희준 기자I 2025.10.23 18:03:19

내년 먹는샘물·음료 페트병 재생원료 10% 의무사용
롯데칠성, 코카콜라, 제주개발공사, 동원F&B 등 10곳
"고품질 재생원료 확보 및 공급망 충분치 않아" 우려도
"재활용 원료 수급 안정화 위해 세제 혜택" 요청도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내년 페트병 재생원료 사용 의무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음료업계가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100% 재생 페트병에 담긴 제품을 출시하거나 내달 적용을 목표로 테스트에 나서면서도 포장비 증가와 고품질 페트병 용기의 공급망 안정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23일 환경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페트병을 연간 5000t(톤) 이상 생산하는 먹는샘물·비알콜 음료 제조업체는 페트병 제조 시 원료 10%를 재생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앞서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이 의결됐기 때문이다.

대상 업체는 롯데칠성(005300)음료(칠성사이다), 코카콜라음료, 제주도개발공사(삼다수), 웅진식품(하늘보리), 씨피엘비(탐사수), 스파클(스파클생수), 하이트진로음료(토니워터), 동원에프앤비(동원샘물), 동아오츠카(포카리스웨트), 이마트(139480)(푸룬주스) 등 10곳이다. 백산수를 생산 및 판매하는 농심(004370)은 수입생수로 분류돼 규제 대상이 아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재생 플라스틱 원료 100%를 사용한 칠성사이다 500mL 페트병을 먼저 내놨다. 페트병 원료로는 분쇄와 세척, 용융 등 물리적인 재생 처리를 거치는 방식으로 재활용된 플라스틱(MR-PET)이 사용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재활용 페트병 출시로 연간 2200t의 플라스틱과 2900t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제품군에 대한 재생 플라스틱 사용 확장과 같은 제품군 용량에 대한 재생 플라스틱 사용 확장을 모두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는 코카콜라음료 역시 100%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는 이미 관련 코카콜라 제품이 출시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코카콜라를 국내에서 병입해 판매하는 코카콜라음료 지분 90%를 들고 있는 LG생활건강(051900)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는 MR-PET뿐만 아니라 페트병을 가열 분해하고 정제한 후 이를 화학처리를 통해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CR-PET)을 사용한 ‘제주삼다수 리본’ 시제품 생산에 성공한 상태다. 삼다수는 내년부터 정부 제도에 따라 생산 물량의 10%를 재생 원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동원F&B의 경우 오는 12월 생수 및 음료 전 제품에 대해 재생원료 10% 이상을 사용한다는 목표로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는 우선 재생 페트병 사용 강화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한다. 신규 플라스틱 페트병이 kg당 1200원인 반면 재활용 플라스틱 페트병은 1900원으로 58% 비싸다. 페트병을 수거 및 선별해 세척하고 녹이는 과정에 인력 등이 추가로 투입돼서다. 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생수 및 음료 전 제품에 재생 플라스틱 페트병 10%를 적용하면 상당한 금액의 포장비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용 증가분이 커 보이지만, 페트병 하나 제작 비용이 20원 수준이고 거기의 10%로 재생 원료를 섞는 것”이라며 “500ml 음료나 생수 하나에 재생 원료를 10% 섞는 비용 증가는 몇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생 원료 의무 이행에 필요한 추가 설비 비용을 제외하고 원료 구입비 증가분은 회사 전체로 보면 몇 억원에서 10억원 단위 수준”이라며 “조단위의 대기업 매출에 견주면 경영을 악화할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재생 페트병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두고도 우려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페트병 용기의 고품질 재생원료 확보와 재활용 구조 정착, 공급망 등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면서 “초기에는 공급망 안정성과 원가 증가 차원에서 운영상 일부 기업, 특히 중소·중견 업체를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재활용 원료 수급 안정화 및 가격 제어를 위한 세제 혜택 등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소재업체, 제조업체가 협력해 재생원료 품질기준과 공급망 인프라 구축, 인증체계 정비를 병행하는 생태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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