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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계, 사보임 끝까지 막아보려 했지만…
25일 국회는 ‘느와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들로 채워졌다. 시작은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의사과 점거 농성부터다. 오전 8시 30분, 유승민·하태경·오신환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국회 7층 의사과로 출근도장을 찍었다. 공수처법을 거부하는 오신환 사법개혁특위 위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사보임(교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향한 불만부터 쏟아냈다. 지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라디오에 나와서 ‘지상욱·유의동 의원이 사보임을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며 “녹취를 공개하고 거짓말을 한거면 석고대죄를 하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소집 요구했던 ‘오신환 의원 사보임 반대를 위한 의원총회’에 국민의당계인 김삼화·신용현·이동섭 의원이 추가로 이름을 올렸다고 알렸다. 하 의원은 “김 원내대표는 13명이 사보임에 반대했기 때문에 사보임을 즉각 철회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들의 아우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9시 40분경 사보임 신청서가 팩스를 통해 제출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결재를 막기 위해 ‘저혈당 쇼크’로 입원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있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문 의장은 이들의 만남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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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20분, 문 의장이 병상에서 사보임을 결재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허탈감 속에 병원 밖으로 나왔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문 의장이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국회 의사국장을 ‘뒷구멍’으로 들여 결재를 했다”며 “이 모든 게 문재인 정권 하수인, 더불어민주당 2중대를 하기 위한 짓이라면 문 의장·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김관영 원내대표는 역사에 굉장히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분노했다. 오신환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한국당도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예고했다.
같은 시각, 새로 사개특위 위원을 맡게 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당 의원에 의해 감금을 당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채 의원은 자신의 의원실에서 이은재·여상규·민경욱 등 10여명에 한국당 의원에 둘러싸여 ‘몸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됐다. 채 의원은 김정재 한국당 의원에게 무릎을 꿇는 제스처까지를 취하며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했으나 아무 소용은 없었다.
급기야 채 의원은 경찰과 소방서에 구조를 요청했다. 또 창문을 사이에 두고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등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채 의원은 기자들에게 ‘백브리핑’을 하겠다는 핑계를 댄 뒤 전력으로 뛰쳐나와 패스트트랙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본청 운영위원회실에 경호를 받으며 뒤늦게 도착했다. 이후에도 한국당의 강력 반발 속에 진통은 계속됐다. 바른미래당은 저녁 6시가 넘자 또다른 사개특위 위원인 권은희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당은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막기 위해 의안과 앞에서 육탄전을 벌이기도 했다. 공수처 법안 제출 후 의안과 팩스가 파손됐기 때문이다. 백혜련·송기헌·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은 직접 법안을 인쇄해 의안과를 찾았다 이를 막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과 충돌했다. 국회는 방호권을 발동했지만 한국당 의원, 보좌진들의 거센 반발로 의안과 출입문이 봉쇄되기도 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보전도 온종일 계속됐다. 민주당은 회의실을 돌며 점거 중인 한국당 의원들의 숫자를 세며 전략을 세웠다. 정개특위·사개특위 등을 점거한 한국당은 보좌진·당직자를 이용해 여타 회의실에 입구를 봉쇄했다. 또 비어 있는 회의실 현황 역시 수시로 확인하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