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는 인재…대응역량도 응급의료체계도 엉망이었다

김인경 기자I 2025.10.23 18:00:00

감사원 이태원 참사·밀양병원 화재·경북강원 산불 심층 분석
지자체 등 현장 대응역량 전반적 부족
응급의료체계 부실…이태원 참사 91.1% 재이송
재난안전통신망 활용도 부족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2022년 10월 29일 무려 159명이 목숨을 잃고 334명이 다친 이태원 참사는 인파 밀집을 예상하고도 사전대비와 관리가 소홀했던 ‘인재(人災)’ 탓에 발생한 비극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감사원은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일어난 사회재난 중 규모가 큰 △2022년 이태원 참사 △2018년 밀양시 병원 화재 △2022년 경북 및 강원 산불을 심층 분석한 결과, 기초 지자체 등 재난 현장의 대응역량이 전반적으로 부족했고 응급의료체계 역시 부실하게 가동됐다고 밝혔다. 재난 안전 통신망 등 인프라 활용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이태원 참사의 경우, 사고 나흘 앞선 2022년 10월 25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방문자가 폭증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안전관리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압사사고 발생 직전에도 인파가 밀집한 현장 사진을 부구청장 이하 간부들이 공유했지만 재난관리책임자에게 현장을 순찰하라거나 재난정보를 수집하라는 등의 지시는 없었다. 경찰 역시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10시 11분까지 11건의 압사 우려 신고를 받고도 이를 유관기관에 공유하지도 않고 현장 경력에게 인파관리나 혼잡경비 임무도 부여하지 않았다.

사고 후 초동 대응도 부실했다. 소방은 오후 10시 15분 ‘사람이 압사당하게 생겼다’는 신고를 받은 후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통해 용산구에 상황을 전파했고 행안부를 거쳐 한 시간께 뒤인 11시 3분에야 대통령 보고가 완료됐다. 게다가 주민에 재난문자를 송출하라는 행안부 지시는 오후 10시 53분 내려졌지만 다음달 자정에서야 이행되는 등 초동 대응이 총체적으로 미숙한 모습이었다.

경찰 역시 이날 오후 10시 18분부터 11시까지 94건의 압사 신고를 접수했지만 내부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으며 자정이 넘어서야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 감사원은 “재난대응의 최일선 기관인 기초지자체가 법령·매뉴얼 등 기왕에 정해진 행동기준에만 의존하여 신종재난에 취약하고, 신속·적절한 초동대응에 필요한 경험ㅘ 전문성도 취약한 등 전반적인 역량 부족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용산구 보건소 역시 밤 10시 50분 출동요청을 받았지만 76분이 지나서야 사고현장에 도착했고, 업무숙련도가 부족해 주임무인 환자 중증도 분류에는 참여조차 못하고 보조업무만 수행했다. 병원별 병상에 대한 고려 없이 가까운 병원으로 환자 이송을 지휘해 이송환자의 91.1%가 재이송되는 상황까지 펼쳐졌다.

감사원은 밀양 병원 화재, 경북·강원 동해안 산불 등 다른 대형재난에서도 이태원 참사와 유사한 초동대응 부실 등 문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밀양병원 화재 직후 밀양시 보건소는 응급환자분류표를 환자에 부착하지 않았고 그 결과 이송병원이 신속한 초동진료를 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했다. 동해안 산불 역시 발화지를 조망할 수 있는 CCTV가 있었으나 전담 감시인력 부족 등으로 초기발견에 실했고 산불로 무선기지국 및 이동통신시설이 손상되자 통신이 마비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재난안전통신망 활용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감사원은 ‘재난대응 현장조직(인력)’의 권한·책임·역량을 강화하고, 재난 응급 의료체계의 대응성, 재난통신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는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감사원은 감사 중 행안부와 소방청 등의 개별사업 추진 과정상 문제점을 확인했는데 금품 수수 및 개인적 비위가 확인된 소방청 공무원은 파면하되 사적 추구 등이 확인되지 않은 행안부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직사회 활력 제고를 위한 감사운영 개선방안’에 따라 징계 책임을 묻지 않기로 의결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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