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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측은 미국의 이민법상 이른바 ‘214(b) 조항’을 근거로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신청자가 비자 요건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할 경우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고 비자를 거절할 수 있는 포괄 규정이다.
이 같은 엄격한 심사는 지난해 여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된 외국인 비자를 취소하는 일명 ‘체포-취소’(catch-and-revoke) 정책을 내놓은 이후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변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이전에는 이와 같은 사례가 훨씬 드물었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내 미국 이민 전문 변호사인 스티븐 헬러는 “가장 주목할 점은 과거에는 같은 기록을 가지고 비자를 받았던 사람들마저 지금은 거부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영국은 유럽 내 최대 미국 비자 발급 거점이다. 2024년 한 해에만 15만건이 넘는 비(非)이민 비자가 발급됐다. 영국처럼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사용할 수 있는 국가 국민이라도 마약 관련 등 특정 전과(체포·경고 포함)가 있으면 ESTA 대상에서 제외돼 반드시 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등 ESTA 비대상국 국민들도 모두 대사관 비자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일부 변호사들은 지난해 한동안은 다른 국가 주재 미국 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신청해 승인을 받아내기도 했지만, 이후 미 행정부는 이런 우회 경로까지 차단했다. 주런던 미 대사관은 지난해 6월부터 월별 비자 발급 통계 공개도 중단했다.
FT는 변호사들을 인용해 “기술기업 경영진과 C-레벨(최고경영진) 인사들도 다수 거절당했다”며 “일부 신청자들은 심사 과정에서 긍정적 신호를 받은 뒤 최종 단계에서 갑작스럽게 거부 통보를 받았다”고 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반이민 정책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면서 미국으로 향하는 국제 관광·출장 수요도 눈에 띄게 줄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1년 동안 미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 수는 4.2% 감소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국제 여행은 4% 증가했다.
런던에서 고액자산가 고객을 대리하는 미국 이민 변호사 폴 사마르틴은 “미국은 세계적인 금융 허브이며,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위해 그곳에 갈 필요가 있다”며 “지금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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