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들으면 서양의 어느 멋진 이름 같지만 몇 차례 되뇌이면 입꼬리를 올리게 된다. 고선웅 연출의 연극 ‘칼로막베스’는 셰익스피어 고전을 한국 말의 ‘맛’을 살려 풀어낸 위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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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배경은 중세 스코틀랜드다. 고선웅은 작품의 무대를 범죄자들이 사는 근미래 가상 세계인 ‘세렝게티 베이’로 옮겼다. 공연은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주인공 ‘막베스’가 마녀들을 만나 “장차 왕이 될 것”, “뱅커의 자손들도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예언을 행하면서 파멸에 이르는 내용이다.
고선웅은 셰익스피어의 묵직하고 현학적인 원작을 현대에 맞게 비틀며 특유의 유머를 더했다. “칼 있으마(카리스마)”, “마음에도 없는 슬픔을 연기하는 마방진의 배우들” 등 대사와 곳곳에 배치된 슬랩스틱(과장된 동작이나 소리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은 무거운 이야기를 따라가며 몰입하는 관객들이 끝까지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럼에도 작품은 결코 가볍거나 코믹하지 않다. 이러한 장치들은 오히려 작품의 의도대로 비극적 결말과 인간의 허무한 욕망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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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넓게 사용하는 배우들의 액션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며, 장면 전환에선 다채로운 무대 활용이 흥미롭다. ‘막베스’ 역의 배우 김호산은 검도 5단으로 칼싸움 장면을 실감 나게 이끈다. 특히 단체 검술 씬에서 배우들의 빈틈 없는 합이 돋보인다.
소리꾼 김준수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김준수는 이번 작품으로 정통 연극 무대에 데뷔하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막베스’를 파멸로 이끄는 아내 역할로 무대에 올랐다. 강렬한 빨간 머리부터 번진 듯한 화장, 유혹적인 몸짓, 간드러지는 말투까지 단연 이 작품의 ‘씬스틸러’로 활약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비중이 커지며 극의 중심을 잡는 ‘맥다프’역의 장재호의 존재감도 묵직하다. 베테랑 배우들과 젊은 배우들의 조화는 ‘비극일수록 더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는 마방진의 모토를 더욱더 잘 벼려냈다.
공연은 오는 15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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