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체질개선 시험대…“규제 혁신·부실기업 정리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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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연 기자I 2026.03.03 15:49:08

코스닥 적자 상장사 40%대…외형 성장·내실 괴리 지적
상장·퇴출 제도 정비 속 정보 투명성 강화 요구도 확대
"규제 합리화 병행" 제언…''동전주'' 획일적 정리 경계도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코스닥 시장의 구조 개편이 한국 자본시장의 다음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정리와 상장·퇴출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규제 합리화, IR 투명성 강화, 기관과 연기금 참여 확대 등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증권시장 개장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며 증권시장 70년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증권시장 개장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한국 자본시장 70년의 성과와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혁신 규제가 아닌 규제 혁신을 통해 시장의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코스닥의 구조적 취약성을 짚었다. 그는 “코스닥 상장사 중 약 43%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 비중이 시가총액 순위와 무관하게 고르게 분포돼 있다”며 “시장에 손님이 많이 오려면 상품이 좋아야 하는데, 품질이 낮은 기업을 신속히 정리하지 않으면 신뢰 회복은 어렵다”고 짚었다. 일부 부실기업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의 품질 관리가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정보 비대칭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기업들이 애널리스트마다 다른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격표가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면 시장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대부분 기업이 컨퍼런스콜을 진행하지만 한국은 20% 수준에 그친다”며 “이 부분이 해소돼야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다른 각도로 바라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센터장은 “‘혁신 규제’가 아니라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이 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려면 과도한 자본 규제와 포지티브 규제 체계 등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외형 성장과 내실 간 괴리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20년간 코스닥 시가총액은 약 20배 늘었지만 지수 상승률은 3배 수준에 그쳤다. 상장 기업 수와 규모는 빠르게 확대됐지만, 수익성과 기업 체질 개선이 고르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지수에 반영되는 실질 가치 상승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이같은 지수 부진의 배경을 구조적 문제에서 찾았다. 그는 “저수익·부실기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수 상승이 제약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닥이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기업의 질적 수준이 고르게 개선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상장·퇴출 제도 정비를 통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가총액 요건 정비와 상장폐지 제도 개편 등을 통해 시장 내 ‘옥석 가리기’ 기능을 강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방향이다. 최 상무는 “투자자의 수요를 반영한 지수 개발 등을 통해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다변화하고 코스닥 시장 내 성장 단계별 차별화된 특성을 반영한 세그먼트 도입 등을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다만 퇴출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본부장은 “그동안 코스닥 시장이 양적 확대에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인 만큼, 이제는 질적 성장을 위해 부실기업 퇴출 원칙이 분명히 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동전주를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은 우려가 있다”며 “매출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까지 획일적으로 퇴출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약 70%가 자산 30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규제 합리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연기금이 코스닥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데 대해 시장에서도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이 부분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스닥이 ‘코스피로 가는 관문’ 역할에 머물러온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진 본부장은 “코스닥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곧바로 코스피로 이전하면서, 코스닥에 우량 기업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측면이 있다”며 “코스닥에서 계속 성장하며 지수를 대표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장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국거래소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증권시장 개장 7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한국 자본시장 70년의 성과와 발전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올해는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가 출범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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