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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칼럼]'호미' 든 한은, '가래' 쓸 일 막아야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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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26.09.03 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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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선제대응 강조하며 이례적 '백투백 인상'
물가나 환율보단 가계대출-부동산 불안 고려한 듯
추가 인상 제한, 집값상승 기대심리 꺾는 건 정부 몫
미래성장 투자하되, 정부 재정규율 확립도 병행해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뒤늦게 대응하면 비용이 더 커진다는 뜻입니다. 저희는 호미로 이번에 정책을 펴기로 했습니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지난달 27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은 제공)
신현송 한은 총재가 지난달 27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은 제공)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2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결정을 내린 뒤, 기자회견에서 했던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이 발언이 화제였다. 오랜 외국생활 탓에 한국어에 서툰 모습을 자주 보였던 신 총재가 이날의 결정에 딱 들어맞는 우리 속담을 인용한 것이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스스로 “관례를 깬 조치”라고 한 만큼, 이를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지 고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선제적”이라는 단어를 14차례나 쓴 신 총재는 “선제적 정책 대응은 뒤늦은 대응에 비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속히 안정시킴으로써 긴축의 강도와 기간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성장 측면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며 “이러한 대응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한은이 수정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2.6%에서 3.3%로 크게 높아지긴 했지만, 7월 소비자물가는 2.8%로 다소 내려왔고 한은이 우려하던 수요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도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7월까지만 해도 1560원까지 갔던 원달러 환율도 1370원대까지 급락했고, 환율 하향 안정에 대한 전망도 여전한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한은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반도체 경기 호황과 정부의 확장재정으로 인한 시중 유동성 증가에 선제 대응함으로써 금융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오랜만에 연출되고 있는 환율 하락세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정부의 대미투자 협의에 따른 시장 불안을 낮추고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차적인 기대 효과였을 것이다.

다만 한은이 공개한 점도표의 중간값은 3.25%였다. 금통위원들이 찍은 점도표를 감안하면, 이번 사이클에서 한은이 더 쓸 수 있는 금리인상 카드는 사실상 한 차례 정도뿐이다. 이번에 한은이 내놓은 백투백 인상이라는 이례적 조치는, 그런 점에서 현 정부에게는 큰 숙제를 던져 준 셈이다.

‘내년에 기준금리가 (3.5%까지) 더 인상되면서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공포 마케팅은 지금 시장에선 먹혀들지 않는다. 포커에서의 블러핑도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그것이 블러핑이라는 것을 모를 때만 통하는 법이다.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과의 인과관계도 약해지고 있다.

이제 바통을 이어받은 정부가 지금 할 일은 관계부처 간 협업이나 서울시와의 조율을 통해 부동산 공급대책의 실행 속도를 높여 수도권 집값 상승의 기대심리를 꺾는 것이다.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병행하면서 대출 규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한편 주식시장에서의 무분별한 빚투(빚 내서 투자)를 제어하는 일도 해야 한다.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현 정부의 선제적 재정 활용과 성장우선 정책은 마땅히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재정 규율을 지켜나가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과도한 재정팽창이 초래하는 암울한 미래를 미국과 일본에게도 직접 목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서비스물가나 공공요금 관리를 통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일도 민생 안정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총대를 메야할 일이다.

관례를 깨면서까지 한은이 부동산과 금융 안정, 물가 안정에 힘을 보탰다. 국민들도 연속된 금리인상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이제 금리 탓도 할 수 없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왔다. 신 총재의 표현대로 한은이 미리 ‘호미’를 꺼내 들었으니, 나중에 ‘가래’를 써서 막을 일이 없도록 마무리하는 건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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