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회삿돈으로 샴페인에 에펠탑 관광”…과기공 산하 VC 해외출장 논란

지영의 기자I 2025.10.31 15:26:11

정부 모태펀드·과기공 출자금 받은 세마인베
대표·투자본부장 외유성 출장
IT전시회 간다더니 프라하성·세느강 유람
과기공 "세마인베 점검하고 제도 개선할 것"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내 벤처캐피탈(VC) 세마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핵심 임원이 외유성 성격이 짙은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출장 명목은 글로벌 IT박람회 참석이었으나, 실제로는 프랑스의 샴페인하우스 견학과 세느강 유람선 탑승 등 관광성 일정이 주를 이뤘다. 세마인베스트먼트는 과학기술인들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과학기술인공제회(과기공)의 100% 자회사다.

31일 이데일리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과기공 자회사인 세마인베스트먼트 황치연 대표이사와 투자본부장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스페인·프랑스·체코 등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목적은 모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IT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참관이었다. 세마인베스트먼트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MWC를 통해 AI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확인하고 투자검토 및 포트폴리오 사후관리 시사점을 얻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세마인베스트먼트가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2025년도 실제 출장 일정은 보고 내용과 크게 달랐다. 2025년도 출장은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KITIA)가 주관한 프로그램으로, MWC 참관을 명목으로 내세웠으나 세부 일정에는 샴페인 하우스 방문 및 시음, 파리 유람선 탑승 등 관광 일정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28일부터 3월7일까지 진행된 7박 8일간의 출장 중 MWC 참관 일정은 단 2일이었다. 나머지 5일은 △프라하 성·시가지 관광 등 체코 주요 관광지 △프랑스 세느강 유람선 탑승·에펠탑 전망대와 샴페인하우스 견학 및 시음 등 관광 일정이 주를 이뤘다.

과학기술인공제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회사 세마인스트먼트의 해외출장 보고서[출처=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세마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1년 과기공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VC로, 과기공에서 자본금을 지원받았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펀드인 모태펀드 출자금까지 받아 운용규모를 확대해왔다. 과기공은 과학기술인의 노후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지난 200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출연으로 설립된 공적자금 운용 기관이다. 세마인베스트먼트는 정부자금과 과기공 출자금이 함께 들어간 운용사라는 점에서 출장비 사용 등 재정 활동에는 민간 운용사보다 높은 투명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장보고서에는 숨긴 관광일정이 적발되는 등 벤처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쓰여야할 돈이 특정 개인들의 유흥을 위해 유용되는 것은 묵과해서는 안될 도덕적 해이”라며 “과기공에서 제도를 전면 재정비하고, 필요하다면 감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과기공 측은 자회사 동향을 점검하고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과기공 관계자는 “자회사의 내부 사정을 세세하게 못 챙긴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세마인베스트먼트에 대해서는 제반사항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정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KITIA가 MWC 참관 프로그램을 취지와 달리 외유성 위주로 운영한 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KITIA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2001년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인가 협의체다. 법령상 KITIA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금융·투자정책 연구, 유망기업 발굴, 투자지원, 국제협력 촉진 등을 위해 설립됐다. 창업투자회사(VC), 신기술금융회사, 은행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며, 한국산업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KB국민은행·한국투자증권·LB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금융 및 투자 기관이 포함돼 있다.

KITIA 관계자는 “MWC 참관을 가면서 프랑스나 체코 관광을 한 이유는 바르셀로나 직항 항공권이 비싸서 불가피하게 주변국을 들린 것”이라며 “관광 일정은 회원사들이 원하는 대로 짰다. 회원들의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게 협회의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참여자가 대표이사와 임원이라 관광성 프로그램으로 출장을 다녀오고 회사 자금으로 처리하는 게 가능했을 것”이라며 “보통 VC 심사역들은 해외 출장을 가면 실사 일정이 빡빡해 관광할 여유가 없다. 이런 사례가 VC 업계 전체의 신뢰를 훼손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정부가 VC에 자금을 푼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는 곳들이 많은데 이번 사례와 같은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으면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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