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엔화가 미·일 양국의 공동 시장개입 가능성에 2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일본 정부의 거듭된 경고와 지난해 9월 체결된 미·일 공동성명을 근거로 한 협조 대응 시사가 시장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26일 블룸버그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엔화는 이날 도쿄 거래시간 오후 1시 달러당 153.82엔까지 하락(엔화 강세)했다. 엔화 가치로는 1%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약 2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오후 2시 기준으로는 154.02엔에 거래됐다.
가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긴장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지난해 미·일 간 합의된 메모랜덤이 있고 우리는 그 틀에 기반을 두고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 공표된 미·일 재무장관 공동성명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 협조한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무라 아츠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도 “공동성명에 따라 필요 시 미국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미·일 공동성명은 시장이 환율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과도한 변동성이나 무질서한 시장 움직임에 대해서는 개입 여지를 남겨뒀다.
엔화는 지난 23일 달러당 160엔 부근까지 약세를 보이며 개입 위험 수준에 진입했다. 하지만 같은 날 뉴욕 연준의 환율 확인 소식에 급반등(엔화 강세)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금융기관에 연락해 엔화 환율을 확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화 강세가 가속했다. 일본은행도 시장 참가자에게 달러·엔 환율을 문의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환율 확인(레이트 체크)은 실제 개입에 앞서 투기 세력을 견제하는 마지막 경고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엔화 가치는 최대 1.75% 급등했는데, 이는 지난해 8월 1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최근 이어진 엔화 약세 현상에 대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25일 “투기적이고 매우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한 매입에 거의 1000억 달러(약 145조원)를 지출했다. 네 차례 모두 엔화 환율이 달러당 160엔 부근이었다. 시장에서는 이 수준을 개입 기준선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다음달 8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식품세 인하 공약은 일본 국채시장에 충격을 줬고 40년물 금리는 출시 이후 최고치인 4%를 돌파했다. 롬바르 오디에의 호민 리 선임 거시 전략가는 “‘1달러당 160엔’은 총선을 앞두고 일본 유권자와 시장 해설가들이 주요 위기 지표로 받아들이는 단순하고 명확한 숫자”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