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표준 선점하라… 엔비디아·퀄컴·中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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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I 2026.03.03 15:33:42

[MWC2026] 미·중 ‘동맹 블록’ 경쟁 본격화
엔비디아, AI-RAN으로 인프라 주도권 노려
퀄컴, 스마트폰·차량·IoT 연합
중국, 위성-지상망 통합 카드
유럽 ‘디지털 네트워크법’으로 규칙 재설계

[바르셀로나(스페인)=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2030년 6G 표준 확립을 앞두고 글로벌 통신 주도권 경쟁이 블록 대결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6’에서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각자의 연합 전선을 구축하며 정면 승부에 돌입했고, 유럽연합(EU)은 별도의 통신 규제 틀을 제안하며 판 자체를 바꾸는 움직임에 나섰다.

디자인=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엔비디아 vs 퀄컴…미국 진영의 ‘투트랙 전략’

미국 진영에서는 6G 주도권을 두고 ‘인프라’와 ‘단말 생태계’라는 두 축 전략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먼저 엔비디아는 통신망을 GPU 기반 AI 인프라로 재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SK텔레콤, 에릭슨, 노키아, 도이치텔레콤 등과 ‘AI-RAN(무선접속망)’ 동맹을 꾸리고, 기지국을 범용 서버 기반의 소프트웨어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통신망을 화웨이나 에릭슨 같은 특정 장비에 종속된 하드웨어 중심 구조에서 떼어내, 범용 서버 위에 엔비디아 플랫폼을 얹는 방식으로 ‘네트워크 리빌딩’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기지국 단계에서 AI 연산이 가능해져 자율주행·로봇 제어 등 초저지연 서비스의 병목을 줄일 수 있다. 통신망 자체를 거대한 AI 컴퓨팅 플랫폼으로 바꿔 6G 인프라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는 컴퓨팅을 재정의하며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있고, 그다음 차례는 통신”이라고 말했다.

반면 퀄컴은 ‘사용자 접점’ 선점에 방점을 찍었다.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차, 스텔란티스 등 30여 개 기업과 연합을 구성해 스마트폰을 넘어 자율주행차, 드론, 웨어러블 등 6G 활용 기기의 생태계를 먼저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퀄컴 칩 기반 기기들이 시장을 선점하면, 그에 최적화된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는 “6G는 무선 기술 진화의 다음 단계를 넘어, 기기·엣지·클라우드 전반에 지능을 분산시키는 ‘AI 네이티브’ 미래의 토대”라며 “네트워크 제공업체를 AI 기반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6G의 성공은 강력한 파트너십에 달려 있으며, 이번 연합은 2029년부터 상용 6G 시스템을 출시하기 위한 공동의 약속”이라고 밝혔다.

2일 차이나모바일이 MWC26에서 '5G-A 슈퍼 업링크 액션 플랜'을 발표하고 범중국 기업 연합 대표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중국의 ‘국가 연합’… “위성과 지상망 통합으로 영토 확장”

미국의 공세에 맞서 중국은 국가 차원의 통신 연합으로 대응하고 있다.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와 함께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이 ‘모바일 AI 혁신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6G 핵심 전략으로 저궤도 위성과 지상망을 결합하는 ‘위성-모바일 컨버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도심항공교통(UAM), 드론 택시 등 차세대 모빌리티 환경에 최적화된 네트워크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5G-Advanced(5.5G)에서 쌓은 실전 경험을 6G로 빠르게 이식해 기술적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차이나모바일은 중국 내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최초의 ‘5G-A(5G-Advanced) 슈퍼 업링크 실행 계획’을 발표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범중국 연합에는 화웨이 등 주요 장비 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뿐 아니라 공급망까지 묶는 ‘블록 전략’이다.

EU, ‘디지털 네트워크법’으로 게임의 룰 바꾼다

EU(유럽연합)는 ‘디지털 네트워크법(DNA)’을 앞세워 6G 경쟁의 규칙을 다시 짜고 있다. 미·중 기업이 기술 동맹을 구축하는 사이,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통신 규범을 통합한 단일 법체계를 공식 제안하며 ‘규칙 설계자’ 역할을 자처했다.

핵심은 중국산 등 고위험 공급업체에 대한 기준을 법으로 명문화해 통신장비 보안 규정을 대폭 강화한 데 있다. DNA는 지침이 아닌 ‘규정(Regulation)’ 형태로 추진돼, 통과 시 회원국의 별도 입법 없이 EU 전역에 즉시 적용된다. 6G 시대 네트워크 투자와 보안, 망 이용대가 논의까지 하나의 틀에서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6G 패권 경쟁은 기술 개발을 넘어 AI 인프라 주도권, 단말·서비스 생태계 선점, 규제·보안 기준 설정까지 ‘3중 전선’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표준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내 편 만들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혁신 서비스를 먼저 상용화하는 동시에 국제 규칙을 유리하게 설계하는 진영이 향후 10년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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