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던 소독제가 발암 물질? EU 검토에 의료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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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헌 기자I 2025.10.21 18:15:20

EU "손소독제 주성분 에탄올, 발암 가능성 검토"
의료계 "감염 예방 필수.. 대체물질은 더 독해"
감염병 시대 필수품 놓고 규제, 안전성 논쟁 점화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손소독제 핵심 성분인 에탄올을 유럽연합(EU)이 발암 물질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의료계와 산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AI로 생성한 손소독제 이미지.(출처= 챗GPT)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화학물질청(ECHA) 산하 실무그룹은 이달 10일 내부 권고안에서 에탄올을 암과 임신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유독성 물질로 보고 대체 물질 사용을 권고했다. ECHA의 살생물제품 심사위원회는 다음 달 24일부터 27일까지 회의를 열어 에탄올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ECHA는 전문가 위원회가 에탄올을 발암성 물질로 판단하더라도 실제 사용 환경에서 안전하다고 평가되거나 대체 물질이 없을 경우 일부 용도에서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 권고안이 공개되지 않아 의료계와 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논의가 병원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고 비판한다. 클린 호스피털 네트워크 소속 알렉산드라 피터스 제네바대 교수는 “병원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며 “알코올 기반 손소독제 덕분에 매년 전 세계적으로 1천600만 건의 감염을 예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탄올이 금지되면 병원 내 감염 관리 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며 “비누 세정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의료진의 피부 손상도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체 물질로는 일반 소독제에 널리 사용되는 이소프로판올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피터스 교수는 “이소프로판올은 오히려 독성이 더 강하고 피부 자극이 심하다”며 “손소독제가 없으면 간호사들이 수술 중 손 세정에만 매시간 30분 이상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탄올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지만, 이는 음주로 체내에 흡수될 때의 위험성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손소독제의 에탄올은 피부에 바르는 외용 형태로 인체 노출 방식이 다르며, 관련 연구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국제비누·세제·청소용품협회(EAISDMP) EU 사무국장 니콜 베이니는 “ECHA가 음주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했다면 외용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에탄올이 유해 물질로 지정될 경우 행정적 부담과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유해 물질로 지정되면 기업은 개별적으로 예외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 허가 기간은 최대 5년으로 한정되며, 사례별 심사를 거쳐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ECHA는 올해 초 에탄올 금지 검토와 관련해 공개 의견수렴을 진행했으며, 약 300건의 의견 중 대부분이 반대 입장이었다. 그러나 내부 권고안은 공개되지 않아 정책 결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에탄올의 잠재적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감염 예방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피터스 교수는 “팬데믹 이후 손소독제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학교와 공공시설, 가정에서도 필수 위생수단이 됐다”며 “지나친 규제가 오히려 감염병 대응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최종 결정은 내년 상반기쯤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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