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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태어나 해외서 자란다… K콘텐츠 ‘리메이크의 리메이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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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6.09.18 16: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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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 日서 시즌3·35+로 자체 확장
‘7번방의 선물’ 인니 속편, 필리핀서 재리메이크
한 번 판 IP, 현지서 시즌·속편으로 생명 연장
“원소스멀티유즈 넘어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한국에서 태어난 콘텐츠가 해외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국내 흥행작을 현지 배우와 언어로 옮기는 데 그쳤던 과거의 ‘리메이크 수출’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해외판이 자체 시즌과 속편을 만들고 다시 제3국으로 건너가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K콘텐츠의 수명이 국내 흥행과 1차 판권 판매를 넘어 국가를 옮겨가며 길어지는 모습이다.

필리핀 속편 리메이크 ‘7번방의 두 번째 선물’ 포스터.(사진=NEW·콘텐츠판다)
필리핀 속편 리메이크 ‘7번방의 두 번째 선물’ 포스터.(사진=NEW·콘텐츠판다)
리메이크가 또 다른 ‘원작’으로

CJ ENM의 ‘환승연애’는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일본판 ‘러브 트랜짓’은 시즌3까지 이어졌고, 35세 이상 출연자를 전면에 내세운 ‘러브 트랜짓 35+’까지 나왔다. 한국판의 기본 포맷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시청층과 연애 문화를 반영해 새로운 버전으로 확장한 것이다. 브라질 리메이크까지 확정되면서 지식재산권(IP)의 이동 범위도 아시아에서 남미로 넓어졌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은 한 단계 더 진화한 사례다. 한국 원작을 리메이크한 인도네시아판이 현지에서 흥행한 뒤 자체 속편을 만들었고, 이 속편이 다시 필리핀에서 리메이크됐다. ‘한국→인도네시아→필리핀’으로 IP가 이동하면서 해외 리메이크작이 다시 새로운 원작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이정하 콘텐츠판다 대표는 “영화 ‘7번방의 선물’ 리메이크는 동남아시아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도 웰메이드 IP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프랜차이즈 수익 구조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K콘텐츠 수출의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원작을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원작의 핵심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각국 문화와 세대에 맞게 얼마나 자유롭게 변주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현지화에 성공하면 단발성 리메이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즌제와 스핀오프, 속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환승연애'의 일본판 '러브 트랜짓 35+' 포스터.(사진=CJ ENM)
'환승연애'의 일본판 '러브 트랜짓 35+' 포스터.(사진=CJ ENM)
한 번 판 IP가 해외서 다시 돈 번다

산업적으로는 IP의 수익 구조가 길어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번 판권을 판매한 뒤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지판의 성공이 후속 시즌과 속편, 제3국 리메이크로 이어지면서 추가 라이선싱과 제작·배급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리메이크 판권을 한 번 판매하면 사업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현지판의 성공이 새로운 시즌과 속편, 재리메이크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핵심은 IP다. 하나의 IP가 여러 국가와 플랫폼을 돌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의 해외 리메이크 사례 자체는 이미 많지만, 현지 리메이크가 자체 속편을 만들고 그 작품이 다시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사례는 아직 흔치 않다”며 “단순한 리메이크 수출이라기보다 원천 IP가 각 나라에서 새로운 형태로 증식하는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이 자리 잡는다면 K콘텐츠의 수출 방식도 한층 달라질 수 있다. 한 번 팔고 끝나는 판권 사업이 아니라, 현지에서 새 시즌과 속편을 낳고 다시 다른 국가로 확장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 한 편의 흥행보다 그 안에 담긴 IP를 얼마나 오래, 넓게 활용할 수 있느냐다. ‘리메이크의 리메이크’는 K콘텐츠가 단순한 수출 상품을 넘어 장기적인 글로벌 자산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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