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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당시 제넨셀은 식약처로부터 14개 항목의 자료 보완을 요구받아 심사가 진행 중이었고, 인도 임상 데이터에도 한계가 확인됐던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현역 국회의원이 규제기관 수장에게 직접 처리 속도를 요청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공개한 자료 등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1년 10월12일 김 전 처장에게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ES16001’ IND와 관련해 “생약제제과, 임상제도과, 통계분석팀 3군데에서 업무분장이 돼 있다”며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단순히 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한 데서 나아가 회사명과 심사에 관여하는 식약처 내부 조직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이다.
14개 보완 요구 진행 중인데…김승원 요청 14일 뒤 승인
문제는 김 후보자가 연락했을 당시 제넨셀의 IND가 정상적인 심사·보완 절차 중이었다는 점이다. 제넨셀은 같은해 9월23일 ES16001의 국내 임상 2/3상 IND를 신청했고 식약처는 불과 일주일 뒤인 30일 인도 임상시험 결과의 상세 근거자료 등을 포함해 총 14개 항목의 보완을 요구했다.
김 후보자가 김 전 처장에게 연락한 10월 12일에도 자료 보완과 심사를 진행 중이었다. 김 전 처장 역시 김 후보자에게 “현재 자료 보완 등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김 후보자의 요청으로부터 14일 뒤인 10월 26일 ES16001 임상 2/3상을 승인했다. IND 신청부터 승인까지 전체 소요기간은 33일이지만 문자메시지 전송 이후 14일 만에 승인된 점이 눈에 띈다. 심사 과정에 미쳤을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심사자료의 완결성을 확인하기 위한 보완 요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역 의원이 식약처장에게 직접 처리 속도를 요청했다는 점을 더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제넨셀이 제시했던 해외 임상 근거도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제넨셀 측이 공개한 인도 임상 2상은 경증·중등증 코로나19 환자 60명을 ES16001 투여군과 위약군에 30명씩 배정한 소규모 연구였다. 연구진은 투약 6일차 증상 회복률이 ES16001군 95%, 위약군 68%였다고 주장했지만 세부 데이터를 보면 중등증 환자군에서는 양 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 결과 역시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사전논문(preprint) 형태로 공개됐다.
식약처가 같은해 9월 30일 요구한 보완사항 가운데 ‘인도 임상시험 결과의 상세 근거자료’가 포함됐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해외 임상 결과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치권을 통한 신속 처리 요청이 들어간 셈이다.
바이오업계 관계가는 “신속심사는 자료가 부족해도 먼저 승인하거나 심사 기준을 낮춰주는 제도가 아니다”며 “오히려 신속하게 심사하되 안전성과 과학적 근거는 동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완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특정 IND에 대해 국회의원이 식약처장에게 직접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설명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신속심사 이미 가동…“현직 국회의원 요청 왜 필요했나”
당시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사전상담과 신속심사 체계를 이미 운영하고 있었다. 개발사가 관련 자료를 갖춰 제출하면 통상적인 IND보다 신속한 검토를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때문에 제넨셀 역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자료를 보완하고 심사를 받으면 됐다는 게 시각도 제기됐다.
식약처 출신의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회의원이나 정부 관계자를 통해 기업 민원이 식약처 고위층에 전달되는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종종 있다”면서도 “특정 업체의 특정 IND를 놓고 담당 실무조직까지 찍어 처리 속도를 요청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일반적인 업무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제넨셀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경쟁의 후발주자였다는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팬데믹 초기에는 치료제 후보 자체가 많지 않아 규제당국이 임상 진입을 적극 지원했지만 2021년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약후보물질이 늘어나고 개발 경쟁이 과열되면서 식약처 역시 초기보다 임상 진입에 필요한 비임상·임상 근거를 면밀히 확인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2021년 당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에서 근무했던 한 업계관계자는 “제넨셀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뛰어든 선두주자라기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개발 경쟁에 들어온 업체였다”며 “후발주자로서는 임상 진입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을 수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ES16001은 이미 사람에게 널리 쓰인 의약품을 코로나19에 적용하는 전형적인 약물재창출 후보도 아니고 담팔수 유래 천연물 기반 후보였다”며 “업계에서도 임상 진입을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한지를 지켜보는 시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제넨셀 내부에서 승인 시점에 민감하게 반응한 정황도 확인된다. 제넨셀 창업자 강세찬 경희대 교수는 같은해 10월6일께 연구개발 분야에서 협력해온 양수진 구스타 대표에게 12일까지 승인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양 대표가 김 후보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후보자가 김 전 처장에게 연락했다. 강 교수와 양 대표는 경희대에서 교수와 대학원생으로 만나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 후보자의 연락과 IND 승인을 곧바로 인과관계로 연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청부터 승인까지 걸린 33일이라는 기간만으로 심사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기관장의 연락만으로 실무자가 심사 기준을 무시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출신 업계 전문가는 “처장이 연락했다고 해서 실무자가 과학적 검토를 생략하고 승인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며 “특혜 여부를 판단하려면 김 후보자의 연락 이후 실제 심사 순서가 앞당겨졌는지, 통상적으로 받아야 할 보완이나 검토가 생략됐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 측은 제넨셀 관련 요청에 대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시급했던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공익적 고충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심사나 심사 기준 완화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부당한 특혜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14개 항목의 자료 보완이 진행 중이고 해외 임상 근거에 대한 추가 검증까지 요구되던 IND에 대해 현역 의원이 회사명과 담당 실무부서까지 특정해 식약처장에게 신속한 처리를 요청한 배경은 규명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동훈 의원은 이 과정을 ‘성공한 로비’라고 주장하며 김 후보자에게 “청문회가 아니라 ‘신약 로비 특검’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결국 김 후보자의 요청 이후 실제 심사 순서나 보완 절차에 변화가 있었는지가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